[대구/경북]아프리카출신 대구大유학생 16명, 농촌서 감따기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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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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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한국인의 情보답하고 싶었죠”

대구대 아프리카 유학생들이 경북 상주시 ‘기상곶감’ 농장에서 일손을 돕고 있다.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대 아프리카 유학생들이 경북 상주시 ‘기상곶감’ 농장에서 일손을 돕고 있다.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30분경 경북 상주시 지천동 ‘기상곶감’ 농장. 한창 바쁠 때인 이곳에 여느 때와 달리 검은 피부의 사람들이 면장갑을 끼고 등장했다. 손에는 감을 딸 때 쓸 긴 막대기와 운반용 상자가 보였다. 이런 일이 처음인 듯 저마다 멋쩍은 모습이었다. 감이라는 과일을 처음 본다며 흥분한 이들의 명찰에는 이름과 소속이 적혀 있었다. 대구대 유학생인 이들은 모두 아프리카 출신.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으로 환경공학을 전공하는 사피 루스 케토 씨(21·여)는 “한국 농촌에 왔다는 것 자체가 아주 좋다”며 활짝 웃었다.

아프리카 유학생들이 농촌 봉사활동을 펼쳐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말부터 한국 기독교 선교단체 월드미션프론티어 후원으로 대구대에 유학 온 아프리카 학생은 모두 16명. 학기 말이라 학업에 열중하기에도 바쁠 시간에 봉사를 결정한 것은 경북체신청과의 인연 때문이다. 올 4월 아프리카 유학생의 학업 여건 개선과 한국생활 적응 지원 등을 약속하면서 체신청 직원들과의 교류가 시작됐다. 먼저 5월 어버이날에는 우체국 홍보대사로 위촉돼 동구지역 홀몸노인을 대상으로 위문공연과 음식대접을 하는 등 한국 효(孝)문화를 체험했다. 이어 경북체신청은 6월 학생들에게 컴퓨터를 지급하는 한편 각종 생활필수품도 가져다줬다.

국적은 다르지만 한국인의 따뜻한 정을 느낀 아프리카 유학생들. 이날 체신청 직원들이 농촌 봉사활동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꺼이 돕기를 자청했다. 농장은 유학생과 체신청 직원 등 30여 명 덕분에 모처럼 활기가 넘쳤다. 감을 따고 곶감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인 지금 이곳의 일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 마을에 젊은이들이 없어서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일당을 주고 일을 시키는 형편이다. 곶감 농장에서 일하는 조복수 씨(75·여)는 “멀리 아프리카에서 온 학생들의 봉사하겠다는 마음이 기특하다”며 “피부색은 다르지만 보고 있으니 손자 같고 귀엽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콩고민주공 출신으로 껍질을 깎은 감을 실에 매달아 곶감으로 만드는 작업에 참여한 키용카 엘리스 씨(20·여)는 “감이 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파파야 같은 맛과 향을 지녔다”면서 “4년 후 졸업해서 집에 돌아가면 오늘의 추억을 가족에게 얘기해 주겠다”고 말했다.

이날 유학생들은 1t 트럭 3대 분량의 감을 따고 작업장으로 옮겼다. 그들은 직접 딴 감을 크기에 따라 선별한 뒤 자동 기계를 통해 깎았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작업 속도는 더뎠지만 하나같이 열심이었다. 르완다 출신으로 유학생 대표를 맡고 있는 신디쿠브와보 이노센트 씨(38)는 “여기에 온 유학생 모두 아프리카 인재들”이라며 “학업을 마치고 돌아가면 각 분야 리더가 될 것이다. 오늘의 추억은 물론이고 한국에서 보고 느낀 강한 인상을 고국에 알릴 것”이라고 했다. 김영수 경북체신청장은 “이들이 한국생활에 빨리 적응하도록 돕는 한편 다양한 한국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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