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풍산고 “엄마의 마음으로 가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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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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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화후 기숙사 등 시설개선, 철저한 진학지도-특성화 교육, 신입생 석차 상위 4%內‘명문’

■ 폐교위기 몰린 학교, 전국서 우등생 몰리는 학교로

14일 경북 안동시 풍산읍 풍산고에서 윤영동 교장(앞줄 가운데)과 학생들이 밝게 웃고 있다.2002년 자율학교로 지정된 풍산고는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한다. 사진 제공 풍산고
14일 경북 안동시 풍산읍 풍산고에서 윤영동 교장(앞줄 가운데)과 학생들이 밝게 웃고 있다.2002년 자율학교로 지정된 풍산고는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한다. 사진 제공 풍산고
“얼마나 귀한 자식들을 맡겨 준건데…엄마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돌봅니다.”

14일 경북 안동시 풍산읍 풍산고 교정.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윤영동 교장(68)은 만나는 학생마다 이름과 출신 중학교를 줄줄 외웠다.

윤 교장이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 1968년 개교한 풍산고는 한때 전교생이 800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1990년대 들면서 이농현상과 저출산 등으로 학생이 100명 이하로 급격히 줄며 폐교 위기에 몰렸다. 이때 교사들이 찾아낸 탈출구는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자율학교였다.

2002년 자율학교로 지정된 뒤 30여 명의 교사는 전국 곳곳을 다니며 학부모들에게 자녀를 풍산고에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윤 교장은 “초인종을 누르고 문전박대 당하면 10분간 서 있다 다시 벨을 누르곤 했다”고 말했다. 원서만 내면 입학하던 학교에 중학교 졸업 성적 상위 30% 이내 학생만 지원할 수 있다고 하니 외면 받았다. 자율학교 지정 이후 첫해인 2003년에는 99명 모집에 65명이 지원했다.

그러나 재단(학교법인 병산교육재단)에서 전교생이 생활할 수 있는 기숙사를 새로 짓는 등 학교시설을 개선하고 각종 장학제도에 철저한 대학진학 지도와 다양한 특성화교육이 더해지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결국 2010학년도에는 90명 모집에 경쟁률이 4.75 대 1에 이르렀다. 신입생들의 학력은 전교 석차 상위 4% 이내다. 출신은 대구 경기 충북 대전 등 다양하다.

매일 오전 7시 반에 시작되는 교육은 오후 11시 반에 끝난다. 영어와 수학은 수준별 분리 수업을 하고 방과후 수업도 수준별 심화학습을 한다. 논술 등 일부 과목은 외부 강사를 초빙하기도 한다.

그 덕분에 사교육을 피해 풍산고를 택하는 학생도 많다. 5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전학 온 이지향 양(16)은 “서울에서는 공부하는 애들이 반에서 한두 명이고 학원을 다니며 시간 낭비가 심했지만 여기는 모두 공부하는 분위기라서 좋다”고 말했다. 영어 수학 과외에 매달 130만 원씩을 지불했던 김모 군(16)도 서울에서 한 달 전 전학을 왔다. 그렇다고 입시교육만 중점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 주 3회 1인 1특기교육의 일환으로 모든 학생이 골프 검도 태권도 요가 헬스 등을 배운다.

대학진학률은 매년 좋아져 올해에는 졸업생 79명 가운데 서울대 1명, 고려대 6명, 연세대 5명 등 대부분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했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 재학생 91명 중 25명(27.5%)이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 평균 2등급 이내에 들었다. 국제통상과(학년당 1개 학급)가 있는 종합고라 보도에서 빠졌지만 전국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본보 8월 3일자 A1면 참조
서울 10위내 대학 합격권 강남구 전교78등-금천구 5등


올해는 신입생 90명을 모집한다. 교과성적(240점)과 출석 봉사활동 행동발달 특별활동 등의 교과외 성적(60점)을 고려해 선발한다. 원서접수는 11월 19∼22일 인터넷으로 한다. 054-859-2957, www.poongsan.hs.kr

안동=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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