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철 씨, 진짜 속죄하는거요?”

동아일보 입력 2010-09-30 03:00수정 2010-09-3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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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성폭행’ 조사중 월드컵 시청 요구…항소심 판사 “그 기록 보고 깜짝 놀랐다” 29일 오전 10시 반 서울고법 312호 법정. 올해 6월 백주대낮에 서울 영등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8세 여자 어린이를 납치, 성폭행해 큰 충격을 줬던 범인 김수철(45)이 짙은 연두색 수의 차림으로 쭈뼛거리며 법정에 들어섰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한 달여 만에 열린 항소심 공판이었다. 법정은 일반 방청객이 4, 5명에 불과할 정도로 썰렁했다.

먼저 변호인이 미리 준비한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법정 스크린에 띄운 뒤 “대검찰청의 심리분석 결과에 따르면 피고인은 성적 욕구에 대한 현실 판단능력이 결여돼 있다”며 유기징역형으로 형량을 낮춰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8부의 성낙송 부장판사는 김수철을 법정 가운데 증인석으로 불러냈다. 성 부장판사가 “피고인이 재판부에 제출한 글을 읽어 보니 인생에 대한 비관적 시각이 엿보인다”고 말하자 김수철은 자신의 성장 과정을 털어놨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어머니는 새벽에 캔 재첩을 음식점에 팔아 자신을 키워왔고, 그런 어머니마저 5학년 때 돌아가셨다는 것.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관이 화장터 불속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인생이 덧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저는 집도 없이 육교 밑에서 비를 피해야 했는데, 친구들이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는 모습을 보면 심사가 뒤틀리고 꼬였습니다. 저는 인생의 막바지까지 왔습니다. 사회에 나와서도 일본 포르노를 자주 봤는데 그것이 술을 마시고 행동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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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부장판사는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는 김수철에게 “불우한 처지에 있는 모든 사람이 아동 성폭행으로 욕구를 해소하지는 않는다”고 따끔하게 꾸짖었다. 이어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월드컵 축구경기를 시청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기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정말 진심으로 사죄하고 있느냐”고 추궁하자 김수철은 고개를 숙이며 “아이와 부모님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진심으로 속죄하고 있다”고 답했다.

검찰은 “오로지 자신의 성욕을 채우고자 어린 여자아이를 성폭행해 끔찍한 피해를 줬다”며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마지막으로 진술 기회를 주자 김수철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은 종이를 꺼냈다. “못난 저 때문에 몸과 마음을 희생한 피해자와 가족에게 큰 사죄를 드립니다. 상처가 회복돼 건강한 가족을 이루길 바랍니다. 정말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항소심 선고는 다음 달 15일 오전 10시.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동영상=김수철 “살려만준다면...평생 속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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