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350명 ‘보험사기 범죄’ 덫에 걸렸다

동아일보 입력 2010-09-29 03:00수정 2010-09-2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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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에 고용돼 ‘교통법규 위반차 들이받기’ 고의사고 가담 추석 명절인 22일 서울시내 모 경찰서. 10여 명의 보험사기단이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앉아 있었다. 경찰서에서도 장난을 치거나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 이들은 험악한 얼굴의 폭력조직이나 전문 사기단과는 거리가 먼, 앳된 얼굴을 벗지 못한 20대 초반의 대학생들. 하지만 이들의 보험사기 행각은 대학생의 것으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1년 가까이 진행된 경찰 수사 결과 지금까지 주동자급 6명이 구속되는 등 총 198명이 입건됐다. 현재 조사를 받고 있는 이들을 포함하면 이 사건에 연루된 대학생 수만 350여 명에 이른다. 한 보험사 보험조사팀 관계자는 “다단계 조직처럼 연결돼 있다 보니 조사를 할수록 가담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라며 “보험사기를 범죄로 생각하지 않는 대학생들의 도덕 불감증이 놀랍다”고 말했다.

다단계로 조직화된 10대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연루된 보험사기가 기승이다.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 연루자 가운데 10, 20대가 차지한 비중은 24%에 이를 정도다. 보험사기 범죄자 5명 중 한 명은 10대 청소년이나 20대 청년인 셈이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수백 명에 이르는 사기단을 조직하는 등 범행 규모가 커지고 수법도 대담하고 지능적으로 바뀌면서 보험사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

○ 한 학과 학생 절반 연루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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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보험사기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이번 사건도 대학생들의 ‘도덕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준다. 보험사기의 출발은 보험사기 전문 브로커 윤모 씨(31)의 e메일이었다. 그는 2007년 ‘하루에 30만∼50만 원을 벌 수 있는 고액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다’는 단체 e메일을 보내 대학생들을 모집한 뒤 보험사기에 가담시켰다.

이들이 주로 사용한 수법은 복잡한 도로에서 끼어들기나 차로 변경을 하면서 교통 법규를 위반한 차량을 일부러 들이받아 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타내는 방식. 대학생들은 범행대상 차량을 고르는 방법부터 어떻게 사고를 내야 보험금을 많이 타낼 수 있는지, 사고가 난 뒤엔 어떻게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지 교육을 받은 뒤 범행에 투입됐다. 대학생들이 사고를 내면 보험금을 받아내는 일은 윤 씨의 몫이었다. 윤 씨는 대학생들이 입원한 병원을 찾은 보험사 직원에게 문신을 보여주며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애들인데 일당이 얼마인줄 아느냐’며 합의금으로 1인당 500만∼600만 원을 타내 운전을 맡은 대학생에게는 50만 원, 동승한 대학생에겐 30만 원을 나눠줬다.

윤 씨가 대학생들을 보험사기에 동원한 것은 전과가 없고 교통사고로 보험금을 탄 적이 없어 경찰과 보험사의 조사를 피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한 번 보험사기에 가담한 대학생은 자신의 친구를 소개하고 소개비 20만 원을 받는 방식으로 다단계 보험사기단처럼 운영됐다. 이렇게 2009년까지 매일 서울의 거리를 헤매며 보험사기를 저질렀지만 범행에 동원할 학생이 모자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서울시내 모 대학 사회체육학과는 학생 절반가량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

○ 평범한 대학생까지 유혹

“보험 가입해서 보험금 받는 게 뭐가 나쁘냐고, 걸리면 운이 나쁜 거라고 하더라고요.”

보험사기 가담자에게서 죄책감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윤 씨와 함께 2차례 보험사기에 동원된 뒤 7명의 친구를 소개해 줬다 불구속 입건된 대학생 김모 씨(26)도 마찬가지였다. 김 씨는 범죄를 저지른 것을 후회하기보다는 이번 사건이 현재 준비 중인 임용고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김 씨와 같은 평범한 대학생까지 보험사기의 유혹에 빠지는 것은 범행이 적발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보험사기에 연루된 10대 청소년이나 20대 대학생의 경우 대부분 ‘벌금형’에 그쳐 별다른 사회적 제약을 받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에 연루된 10, 20대는 1만3032명으로 2007년(6808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보험사들이 인력부족으로 보험사기를 일일이 밝혀내는 데 한계를 호소하면서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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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30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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