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91세 키다리아저씨, 올해도 쌀 보내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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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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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5도민에 전해달라” 대구 수성구에 20t 기부…8년째 ‘얼굴없는 선행’

10일 대구 수성구민운동장에서 수성구 직원 등이 ‘키다리아저씨’가 전달한 쌀을 보낼 장소 등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사진 제공 수성구
10일 대구 수성구민운동장에서 수성구 직원 등이 ‘키다리아저씨’가 전달한 쌀을 보낼 장소 등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사진 제공 수성구
‘8년째 계속된 키다리아저씨의 조용한 선행.’ 대구 수성구는 ‘키다리아저씨’로 불리는 90대 독지가가 10일 쌀 10kg들이 2000포대(4000만 원 상당)를 전달해왔다고 13일 밝혔다.

이 독지가는 “특히 이번에는 북한에서 피란을 온 이북5도민에게도 쌀을 전달해 달라”며 “추석에 고향에 가지 못하는 실향민들과 아픔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성구는 일부 쌀을 이북5도민협회 대구사무실을 통해 관련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또 나머지 쌀은 저소득층 주민들과 경로당, 무료급식소 등에 보냈다.

올해 만 91세인 이 독지가가 수성구에 쌀을 처음 전달한 것은 2003년. 당시 쌀 20kg들이 500포대를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써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한사코 신분 밝히기를 거부했다. 이후 그는 추석을 앞둔 시기나 연말연시 등 매년 한두 차례 쌀을 수성구에 전달했다. 수성구 직원들은 여주인공을 몰래 도와주는 내용의 명작동화 ‘키다리아저씨’를 연상케 한다며 그를 똑같은 별명으로 불렀다.

평남이 고향인 그는 6·25전쟁 때 피란을 와 부산에서 잠시 머물다 대구로 삶의 터전을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에서 양복지 도매상을 했다. 10여 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베풀며 여생을 의미 있게 보내겠다’면서 쌀을 관할구청에 보내기로 결심했다는 것. 수성구 관계자는 “키다리아저씨가 농협에 돈을 입금하면 쌀은 농협 측이 구청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고령이라 걱정이 되지만 이웃에게 희망과 행복을 선물하는 그가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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