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폭우에 또 무너진 ‘출렁다리’… 주민 가슴도 ‘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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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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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 사진촬영 단골 장소… 곡성의 대표적 명물
13년전 유실위기 딛고 힘들게 재건… 안타까움 더해

전남 곡성군 고달면 가정마을 앞 두가교가 집중호우로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는 것을 관광객 들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 제공 전남일보
전남 곡성군 고달면 가정마을 앞 두가교가 집중호우로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는 것을 관광객 들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 제공 전남일보
“어떻게 세운 다리인데….”

섬진강변인 전남 곡성군 고달면 가정마을은 ‘기차마을’로 유명하다. 곡성역에서 출발하는 추억의 증기기관차와 섬진강 레일바이크의 종착역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마을 앞에는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붉은색 현수교인 ‘두가 현수교’다. ‘흔들다리’ 또는 ‘구름다리’로 불리는 두가 현수교는 관광객들의 단골 사진촬영 장소다.

이 다리는 시간당 70mm의 폭우가 쏟아진 17일 새벽 힘없이 무너졌다. 다리 상판이 거대한 물줄기에 휩쓸리는 것을 지켜보던 주민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다리가 세워지기까지 가슴 아픈 사연이 많았던 까닭에 주민들의 안타까움은 더했다.

가정마을은 섬진강 상류 쪽 두계마을과 함께 두가리라 불렸다. 도로가 놓이기 전에는 나룻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여름철 큰 비가 오면 불어난 강물로 며칠씩 고립되기 일쑤였다. 1979년 6월엔 주민 6명이 낡은 나룻배 밧줄을 새로 매다가 급류에 휩쓸려 모두 실종됐다. 이후 다리 건설 민원이 쇄도하면서 1981년 12월 길이 168.3m, 너비 2.75m의 두가교가 건립됐다. 그러나 1997년 8월 집중호우로 콘크리트 교각이 붕괴돼 철거될 위기에 처했으며 마을사람들이 기념비를 세우고 두가교를 보존한 덕분에 2003년 다리가 다시 준공됐다.

박성규 가정마을 이장(45)은 “가슴 아픈 과거를 딛고 관광명소로 새롭게 태어난 다리가 속절없이 무너져 주민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복구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곡성군 관계자는 “구겨진 상판을 걷어내고 다리를 보수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최대한 빨리 복구 작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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