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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천안함폭탄주’ 라니요…

입력 2010-08-11 03:00업데이트 2010-08-1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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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밝히자” 황당한 모금도… 유족들 씁쓸 “참, 오다가 이상한 걸 봤어.”

천안함 폭침 사건 유족인 A 씨는 9일 자신의 장인을 문병 온 한 손님으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병원에서 가까운 서울지하철 2호선 성내역으로 향하는 도중에 지하철 안에서 20대로 보이는 젊은이 서너 명이 ‘천안함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모금운동’을 하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문병객이 전한 이야기는 이랬다. 강변역을 지나는데 젊은이 서너 명이 자신이 타고 있는 지하철 칸으로 들어와 “천안함 사건은 정부에 의해 날조됐으며 재검토가 필요하니 우리가 그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외쳤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활동비가 꼭 필요하니 시민들의 모금을 요청한다”며 모금함을 내밀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인쇄한 것 같은 A4 용지 몇 장을 나눠주고 단체의 이름과 소속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시민들로부터 ‘천안함 재조사 촉구’ 서명까지 받았다. 승객 서너 명이 그들이 내미는 종이에 서명했고 한두 명은 지폐도 내밀었다. 일을 마치자 서둘러 다음 칸으로 이동하는 그들을 보며 문병객은 “유인물 내용과 서명용지도 조잡하기 짝이 없고 혹시 천안함을 빌미로 개인이나 단체 활동비를 수금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더라”고 전했다.

A 씨는 얼마 전에 겪었던 ‘기막힌 일’도 떠올렸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지인이 전한 이야기였다. 그는 “요즘 ‘천안함 폭탄주’가 유행이라 술자리에서 이것 모르면 바보 소리 듣는다”면서 그 제조방법을 설명했다. 맥주가 든 컵에 양주가 든 작은 잔을 띄우고 맥주잔 밑 부분에 충격을 가하면 공기거품이 나면서 작은 잔이 넘어지고 술이 섞인다는 것. 천안함 폭침 장면을 모방한 것이었다.

A 씨는 “물론 모금을 한 단체가 진짜 천안함 관련 단체일 수 있고 폭탄주를 만들어 마신 사람들이 천안함 46용사의 죽음에 가슴 아파 한 사람들일 수 있다”면서도 침통해했다. 그는 “그래도 우리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참사인데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술자리 우스갯거리로 전락하는 현실이 참담했다”며 “46명의 꽃다운 장병이 순국한 비극인 만큼 그만한 무게와 진정성을 담고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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