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어느 울산시민의 ‘택시불편 봉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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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길 가지 말라 따지니
일방통행도로 역주행
신고하려 하니 “얼굴 또 볼 것”

市, 바뀐 신고전화 홍보 부족

최근 영업용 택시를 탔다가 운전사에게 봉변을 당했던 울산시민 A 씨(48)는 지금도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술을 마신 그가 집에 가기 위해 오후 11시경 택시를 탔으나 기사는 엉뚱한 길로 차를 몰았다. A 씨가 “이 길이 아니다”라고 말하자 기사는 일방통행인 도로를 반대 방향에서 진입했다. 마주 오는 차량과 사고 위험도 높아 “왜 그러느냐”고 따졌지만 그 기사는 “집에 태워주면 되지 않느냐”며 되레 화를 냈다. A 씨는 집 앞에 도착해 택시 안에 비치된 ‘택시불편신고용’ 엽서를 꺼내며 “시청에 신고하겠다”로 했다. 하지만 기사는 “신고하면 얼굴을 다시 볼 것”이라며 ‘협박성’ 말을 남기고 떠났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A 씨는 엽서에 적힌 울산시 교통불편신고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 전화는 결번이었다. 다음 날 담당 부서에 확인해 보니 A 씨가 갖고 내린 택시불편신고용 엽서는 2008년 1월 폐지된 것이었다. 당시 시는 우편엽서로 신고하면 시일이 지난 사이 승객과 기사의 기억이 엇갈려 엽서를 없앴다.

이때부터 택시 불편신고는 전화(052-229-4225, 273-0101)나 울산시 인터넷 홈페이지(www.ulsan.go.kr)에서 하고 있지만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은 것. A 씨는 결국 신고를 포기했다. 막무가내였던 택시 운전사와 다시 마주칠 것이 두렵고 싫었기 때문.

울산시는 “택시 운전사의 단순 불친절은 운전사만 불러 주의를 주고 택시 회사에는 해당 운전사에게 친절교육을 시키도록 통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승차거부와 부당요금 징수, 합승, 중도하차 등 과태료 부과 대상은 택시 운전사가 신고 내용을 대부분 부인해 신고한 승객과 대질한다. 올 들어 6월 말까지 울산시에 접수된 택시 불편신고는 불친절이 109건, 승차거부가 49건, 중도하차 11건, 합승 4건, 기타 45건 등 총 232건. 승객 신고가 사실로 확인되면 5만 원(흡연, 복장불량 등)∼20만 원(승차거부, 합승)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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