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 하는 굉음과 함께 경기 김포시 양촌면 누산리 봉성2배수펌프장의 9호기 펌프 모터가 돌기 시작했다. 수압으로 배수관의 마개가 열리자마자 1.8m 직경의 토출구에서 초당 75t의 물이 쏟아져 나왔다. 배수펌프장은 폭우 시 도심이나 농경지의 침수를 막기 위해 하천 등에 모인 빗물을 강이나 바다로 펌프를 통해 배출하는 시설. 6일 소방방재청이 점검 가동한 봉성2배수펌프장에는 1800마력짜리 펌프 10대가 가로 30m, 세로 76m 공간에 줄지어 있었다.
“이상 없습니다.”
펌프장 관리자 박재문 씨(42)가 말했다. 봉성2배수펌프장은 지난해 4월 26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봉성포천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완공됐다. 서암천, 가마지천을 비롯한 5개의 소하천이 이곳 봉성포천으로 모여 한강하구로 흘러든다.
○ 배수펌프장으로 농경지 침수 막아
펌프장의 유역면적(빗물이 흘러드는 면적)은 김포시 통진읍과 하성면 양촌면 평야지대 55.54km²(약 1683만 평)에 이른다. 이 일대는 펌프장 건설 전까지 여름만 되면 논과 집이 물에 잠기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상습침수지역이었다. 176mm 폭우에 펌프 9대 가동 도심-농경지 침수 걱정 ‘뚝’
폭우를 견디지 못한 한강 팔당댐이 방류를 시작하면 8시간 뒤 물이 김포에 닿고 봉성포천이 빗물을 한강으로 내보내지 못해 하천 유역에 침수가 시작된다. 서해의 만조에 사리가 겹치면 크지 않은 비에도 피해가 발생한다. 1990년 이후 2, 3년 주기로 침수 사태가 발생해 1999년에는 주택 11개동, 농경지 2500ha(약 756만 평)가 침수됐다. 2006년에도 농경지 520ha(약 157만 평)가 침수됐다. 누산3리 이장 이정욱 씨(52)는 “이 지역은 비가 얼씬만 해도 논밭이 침수됐다”며 “벼이삭이 물에 사흘만 잠기면 수확량이 3분의 2로 줄어 임차경작자들은 그해 수입이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9일에도 김포지역에는 176mm의 비가 왔다. 한강 상류 지역인 강원 홍천군에도 229mm가 내렸다.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봉성2배수펌프장이 침수를 막았다. 봉성2배수펌프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가동을 시작해 오후 9시에는 펌프 9대를 가동해 1분에 4000여 t의 물을 봉성포천에서 한강으로 강제 방류했다.
○ 소방방재청 “3시간 전 예보 활용”
기상청은 올여름 태풍 2, 3개가 한반도를 거쳐 가고 강수량도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주에도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14일은 충청이남지방에, 15일은 남부지방에 비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소방방재청은 여름철 풍수해 대책을 마련하고 방재시설물 정상 가동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배수펌프장은 2003년 1134개소에서 2008년에는 1401개소, 올해 4월 기준으로 1448개소로 증가 추세다. 봉성제2펌프장은 용량 기준 전국 40위 규모.
소방방재청은 올여름 호우 피해를 막기 위해 3시간 전 강우 예측 자료를 활용해 집중호우예상지역과 하천범람예상지역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방재청과 각 지방자치단체의 현장 재난관리관 간의 핫라인을 유지하고 산사태 우려지구, 피서지 등에 대해 사전 순찰을 강화할 방침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인명,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예·경보시스템을 활용하고 지자체에 분석자료를 즉시 전파해 현장 위주의 예방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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