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집회 法공백 첫날… 충돌은 없었다 국회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이 무산됨에 따라 1962년 집시법 제정 이후 48년 만에 야간 옥외집회가 1일부터 허용됐다. 이날 저녁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SFC)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주최로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캠페인’이 열렸다. 이 집회는 오후 10시경 큰 소란 없이 마무리됐다. 김재명 기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 무산으로 야간 옥외집회가 허용된 첫날인 1일 오후 8시경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SFC) 앞에는 70여 명의 시민이 모여들었다. 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한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캠페인’에 참석한 시민들은 저마다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우려했던 것처럼 도로 점거 등 불법 시위로 번지진 않았다. 집회 시작 전 미리 주최 측에서 참석자들에게 “거리를 점거하거나 고성을 지르면 안 된다”고 여러 차례 주의를 줬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 김종남 사무총장은 “야간에 집회를 연다고 거리가 혼란에 빠질 거라는 말은 거짓말”이라며 “야간집회를 열더라도 얼마든지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방법으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오후 10시경 큰 소란 없이 마무리됐다. 경찰은 혹시 있을지 모를 사태에 대비해 2개 중대 150여 명의 경찰력을 서울광장 쪽에 배치했다.
1962년 집시법 제정 이후 48년 만에 처음으로 야간집회가 허용된 이날 서울에서만 89건, 전국적으로 150여 건의 야간집회가 사전에 신고됐지만 실제 열린 집회는 4대강 사업 중단 캠페인을 포함해 모두 6건에 그쳤다. 직장인 촛불 모임인 ‘강남 촛불’이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앞에서 연 ‘강남 촛불 2주년 기념 야간문화제’를 비롯해 서울 마포구와 대구, 경남 창원, 경기 안양 등지에서 열린 야간집회도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다. 경찰 관계자는 “야간집회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 때문인지 집회 신고 단체들도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역시 조심스럽긴 마찬가지다. 야간집회에 강경 대응했다가는 자칫 ‘경찰이 집시법 개정을 위해 불법 시위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첫날인 만큼 야간집회의 위험성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야간집회로 인한 소음 등을 우려해 실제 집회를 열지 않을 것이면서도 집회 신고를 해 다른 시위를 막는 ‘방어용 집회 신고’가 부쩍 늘어난 것은 시민들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서울 서초구 A고 앞에서는 야간에 학부모회 명의로 학교 정화 캠페인이 예정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열리지 않았다. 서울 동대문구 B 대형마트 관계자들도 이날 마트 앞에서 야간 판촉 캠페인을 신고했지만 행사는 없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장소를 선점하기 위해 집회 신청을 한 뒤 실제로는 모이지 않는 ‘방어 집회’가 전체 신청건수의 97%에 이른다”고 밝혔다.
야간집회에 대응하려는 이 같은 ‘허수’ 집회 신고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민들 사이에서 야간집회로 인해 학습권이나 판촉권 등을 침해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미리 신고해 장소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대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