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고-재단, 알고보니 ‘족벌 비리온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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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이사장은 법인재산 17억 빼돌리고
어머니 교장은 부정입학 5500만원 챙겨

창립자인 아버지도
4년전 교비 26억 ‘꿀꺽’
일가족 32년간 100억 횡령

이사장인 아들은 학교법인 재산을 빼돌리고 교장인 어머니는 부정입학 대가로 학부모에게서 돈을 받은 외국어고 재단의 비리가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회종)는 법인 재산 17억 원을 개인적으로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서울외고 재단인 청숙학원 이사장 이모 씨(39)를 구속 기소하고 학부모 7명에게서 부정입학 대가로 5500만 원을 받은 서울외고 교장 김모 씨(62·여)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교장 김 씨와 이사장 이 씨는 모자 사이다. 또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 씨와 어머니 김 씨, 아버지 이모 씨(71) 등 이들 일가 3명이 학교 명의의 카드를 가지고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에 따르면 이사장 이 씨는 학교와 거래하는 시공업체와 짜고 거래 금액을 부풀려 대금을 지급한 뒤 나중에 되돌려 받거나 허위 비용을 정산하는 등의 수법으로 재단 돈을 횡령해 왔다. 이 씨가 이렇게 빼돌린 법인 돈은 2005년부터 6년 동안 17억 원이 넘었다. 이 씨는 이 돈으로 자신의 빚을 갚거나 생활비로 사용해 왔다.

어머니 김 씨는 외고 입학 정원 중 3%를 정원 외로 뽑을 수 있는 점을 악용했다. 김 씨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반고 재학생 학부모 7명에게서 한 명당 500만∼1000만 원을 받고 해당 학생들을 시험 없이 서울외고에 편입학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외에 이사장과 공모해 사업비를 부풀리거나 뇌물을 준 시설공사업체와 통학버스회사 관계자 4명도 추가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씨 일가가 1978년부터 두 곳의 학원 재단을 운영하며 횡령한 학원 재산이 100억 원에 이른다”며 “그동안 외국어고를 운영하며 외부 감시를 거의 받지 않아 이 같은 구조적인 비리가 계속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의 아버지이자 청숙학원 창립자인 이 씨 역시 2006년 교비 26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전 이사장인 아버지 이 씨가 2003년과 2004년 외고 전입생 학부모 20명으로부터 부정입학 대가로 1억6900만 원을 받은 사실도 밝혀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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