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용사 잊지 않겠습니다]“맛있네, 맛있어… 우리 아들이 먹던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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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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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아침밥’ 차려 눈물로 삼킨 母情

“잘가요, 여보…” 국립대전현충원 안장식에서 김경수 상사의 부인 윤미현 씨(맨 앞)가 고인 이름이 새겨진 비석을 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대전=사진공동취재단
“잘가요, 여보…” 국립대전현충원 안장식에서 김경수 상사의 부인 윤미현 씨(맨 앞)가 고인 이름이 새겨진 비석을 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대전=사진공동취재단
29일 오전 5시. 천안함 침몰 희생자들의 어머니와 부인, 할머니들이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 내 가족식당에 모였다. 함께 쌀을 씻고 국을 끓인 어머니들은 하얀색 그릇에 정성을 담아 쌀밥과 쇠고기뭇국을 옮겨 담았다. 세상 떠난 아들이 마지막으로 먹을 아침밥을 지어 올리는 어머니들의 손길은 떨렸다.

김동진 중사의 어머니 홍수향 씨(45)는 “우리 아들은 밥 많이 먹는다”며 큰 그릇을 챙긴 다음 밥공기가 넘칠 정도로 쌀밥을 담았다. 누룽지가 섞여 있는 걸 보고 나서는 “마지막 밥인데 이래선 안되겠지…”라고 말하고 새 밥으로 다시 담았다.

오전 7시 합동분향소에 있는 46명 영정 앞에 밥과 국이 올랐다. 가족이 없는 영정 앞에는 다른 어머니들이 모두 자신의 아들인 양 꼼꼼히 챙겨 올렸다. 46명의 가족들은 숟가락과 젓가락을 밥에 꽂고 두 손을 모은 채 마지막 인사를 했다.

손수민 중사의 어머니 전미경 씨(48)는 “너무 오랜만에 밥 먹는 거지? 우리 수민이가 좋아하는 된장찌개가 아니라 어떡하니…. 수민아…”라며 아들의 영정 앞에 엎드려 울었다. 생전 좋아하던 음식도 준비했다. 남기훈 원사의 부인 지영신 씨(35)는 노란색 3단 찬합에 불고기와 애호박전, 고기완자를 싸 왔다. 문영욱 중사의 영정 앞엔 탄산음료가, 이상민 하사의 영정 앞에는 “제대하면 끊겠다”던 담배가 놓였다.

어머니들은 오전 7시 30분이 되자 국에 밥을 말았다. 서대호 중사의 어머니 안민자 씨(52)는 눈물을 흘리며 숟가락을 떴다. “맛있네. 맛있어. 우리 아들이 먹던 밥, 참 맛있다.”

평택=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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