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총장 선거 ‘비전’ 보다 ‘선심’만 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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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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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 너도나도 “연봉인상”
네거티브 선거전에 관심 뚝
소견발표회 50명 참석 썰렁
논문 이중게재 논란 등 변수

25대 서울대 총장 선거 후보 오연천 오세정 성낙인 교수(왼쪽부터)가 21일 서울 관악캠퍼스 문화관에서 소견 발표회를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조종엽 기자
25대 서울대 총장 선거 후보 오연천 오세정 성낙인 교수(왼쪽부터)가 21일 서울 관악캠퍼스 문화관에서 소견 발표회를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조종엽 기자

다음 달 3일 제25대 서울대 총장을 뽑는 투표일이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총장 후보인 오연천(행정대학원), 오세정(물리·천문학부), 성낙인(법학부) 교수(기호 순)는 소견발표회 등을 통해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후보들은 나름대로 학교 발전 비전을 제시하면서도 교수와 교직원의 처우 개선 등 선심성 공약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세 후보의 정책기조가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 공약마저 비슷하기 때문이다. 후보들은 모두 ‘세계 선도적 대학’을 비전으로 서울대 법인화에는 조건부 찬성, 세종 캠퍼스 설립에 대해서는 “기존 교육단위 이전은 반대, 연구 기관 신설은 찬성” 입장을 표하고 있다. 실제로 유권자인 교수들의 관심이 낮아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아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21일 서울대 총장후보선정운영위원회 주최로 관악캠퍼스 문화관 중강당에서 열린 세 후보자의 소견 발표회에는 50여 명의 교수만 참석해 300석이 넘는 강당은 썰렁한 모습이었다. 서울대의 전체 교수 1800여 명 중 3%에 불과하다. 공식 비공식으로 각 후보의 선거 캠프를 돕고 있는 교수들을 빼면 순수하게 후보들의 소견을 듣기 위해 참석한 교수는 몇 명 안 된다. 한 중견 교수는 “총장 후보가 3명으로 압축되기 전부터 후보자에 관한 검증되지 않은 소문들이 떠도는 등 네거티브 선거 조짐이 있다”며 “명색이 서울대 총장을 뽑는 선거에서 교직원(0.1표)보다 10배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수(1표)들이 너무 무관심해 민망스럽다”고 지적했다.

후보들은 유권자들이 솔깃해할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오연천 교수는 임기 중 교수 실질 연봉 3000만 원 인상, SNU 정착 지원금 2억 원 무이자 대출 공약을 내놨다. 오세정 교수도 국내 최고 대우 지향, 휴양시설 확충 등을 약속했다. 성낙인 교수는 교수대우 상향 조정, 1000만 원 한도 클린카드 도입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인문대의 한 교수는 “복지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쉽게 잡으려는 것보다 서울대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 논의를 선거운동의 중심에 세워야 옳지 않냐”고 지적했다. 반면 공대의 한 교수는 “서울대 교수들의 연봉이 경쟁 대학보다 20%가량 낮은 현실에서 거창한 공약보다 처우 개선 같은 공약이 솔직히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중에 일부 언론이 제기한 서울대 교수들의 논문 검증 내용이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3명의 후보 중 2명에 대해 논문 이중게재 의혹을 제기했다. 한 공대 교수는 “2005년 이전까지는 이중게재 등에 관한 인식이 부족했는데 지금처럼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성낙인 후보가 ‘스폰서 검사’ 파문 진상규명위원장을 맡아 득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성 교수는 “총장 선거는 10여 일이면 끝나지만 어려운 시점에 (중책을) 거절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수락했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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