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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천안함 인양]“대한민국 수호자가 되어 돌아온 그들…”

입력 2010-04-16 03:00업데이트 2010-04-1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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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병 귀환’ 시 쓴 김덕규 교수, e메일로 애도 시 보내와
‘772함 수병은 귀환하라’는 시로 국민의 심금을 울렸던 동아대 의대 김덕규 교수(55·내분비내과·사진)가 15일 천안함 인양과 함께 시신으로 돌아온 수병들을 애도하는 시를 동아일보에 보내왔다. 이날 오전 기자가 김 교수를 찾아갔지만 오전 진료 때문에 곧바로 만나지 못했다. 면담을 요청하는 메모를 건네고 6시간을 기다린 끝에 김 교수가 진료실 문을 열고 나왔다. 그는 기자에게 “마음이 아프다”며 돌아가 달라고 부탁했다. “한마디만 듣겠다”는 간곡한 요청에 “마음을 정리해 답을 주겠다”고 했다. 몇 시간 뒤 ‘내 가슴속으로 돌아온 772함 수병들’이란 제목의 시를 기자의 e메일로 보내왔다. 시에는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김 교수의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 내 가슴 속으로 돌아온 772함 수병들 ▼

오늘 따라 평소보다 많은 외래 진료 환자들 때문에 772함 함미 인양에 대한 소식을
늦게 접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772함 함미가 인양된다는 소식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진료실에 들어오는 환자들에게 함미 인양은? 수병들은? 하고 차마 물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쯤이면 벌써 인양이 끝났을 터인데 어느 환자도 나에게 그 소식을 전해 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늘 아침 출근하기 전 넥타이를 고르면서 잠시 고민하였습니다.
그 리고는 이내 노란 넥타이를 골랐습니다.
온 국민들이 염원하고 기도한 바대로 그들이 생환할 것을 믿으며.

떨리는 마음으로 열어 본 인터넷 에는 온 국민이 염원했던 과는 달리
일부 승조원들의 주검이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눈에 확 들어 왔습니다.
순간,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온갖 생각들이 저의 속에 생겨났지만 그 어느 것도 내 마음을 붙잡지는 못했습니다.

정신을 가다듬어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제일 먼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나의 기도(祈禱)가, 아니 나의 믿음이 부족했다는 것 이었습니다.
기도를 좀 더 열심히 하였더라면, 좀더 승조원들이 생환할 것이라는 것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더라면 하는 후회였습니다.

우리 승조원들이 한 사람도 생환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미치자
저는 기도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의 하나님,

지금 우리에게는 당신의 위로가 필요합니다.
우리를 위로해 주소서.

46명의 아들들을 조국 바다에 묻은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해 주소서.

싸늘한 주검으로 귀환한 전우를 맞이한
772함 함장 이하 모든 승조원들을 위로해 주소서.

생 환을 위하여 그렇게 간절한 기도를 드린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로해 주소서.

저의 기도는 감히 도전하는 듯한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신은 왜 우리 기도를 외면하고 46명의 아들들을 데려 갔습니까?
당신의 아들을 희생(犧牲)시키면서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셨던 것 처럼
46명의 희생위에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시려는 일을 하시려는 것 입니까?
정말 그렇습니까?
한 사람의 생명은 천하(天下)보다도 귀중한 것이라고 하셨는데
46명의 생명을 희생시켜가면서 이루고자 하는 그 일,
그 일이 무엇입니까?
우리는 생환(生還)을 염원하였지만
하 나님은
그 들을 나의 가슴속으로 부활(復活)시켰습니다.

46명의 772함(艦) 용사들은 나에게 속삭입니다.
슬 퍼하지 말라.
울분하지 말라.
용서하라.
그리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이 땅에서 생기지 않도록
대한민국 의 통일(統一)을 이루라.

이제 우리의 용사(勇士)들은 내 가슴속에서 힘차게 노래하기 시작합니다.

하나님,
우리 대한민국에 복을 내리 소서
한라에서 백두까지.
백령에서 독도까지.

무궁화가 수려하게 피고
단 풍이 곱게 곱게 물드는 곳,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곳,
푸르디푸른 하늘이 드높은 곳,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반 만년동안 살아온 이 곳,
하나님,
우리 대한민국에 복을 내리소서.

남쪽 해일이 몰아치면 순신을 세우시고,
북 풍이 밀려올 때라면 감찬을 일으키신
하나님,
붉게 끓는 가마솥 물이 북에서 남으로 덮쳐서
한반도 대부분 국토가 붉게 물들었을 때
맥아더를 보내신
하나님,
이 나라에 복을 주소서.

하나님,
우리 대한민국에 복을 내리소서.
백두에서 한라까지,
독도에서 백령까지.

772함 수병들은 이렇게 내 가슴속으로 돌아 왔습니다.
우리 모두는 생환을 원했지만
그 들은 대한민국의 수호자(守護者)가 되어
내 마음속에 호국 용사(護國勇士)로 부활하였던 것입니다.

삼가 772함 마흔 여섯 명의 승조원들을 추모(追慕)합니다.
말할 수 없는 슬픔에 잠긴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哀悼)를 표합니다.

2010년 4월 15일 김덕규


▲동영상=처참한 함미…그들은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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