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경 김대일 씨(32)는 전남 장흥군 장동면 북교리 논밭에 헛개나무 7만5000그루를 심었다. 간 질환에 효능이 있는 헛개나무가 돈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 씨는 광주의 직장생활을 접고 귀농을 선택했다. 우선 공무원벤처기업 1호인 ㈜생명의나무와 계약하고 헛개나무를 재배해 납품했다. 이후 비슷한 또래 귀농인 4명이 헛개나무 심기에 동참했다.
인근 농민들은 처음에는 “천덕꾸러기가 된 두충나무 꼴이 될 것”이라며 참여를 꺼렸다. 껍질이 한약재로 쓰이는 두충나무는 1990년대 농촌 소득원으로 많이 심어졌다가 중국산이 대량 수입되면서 사업성을 잃었다. 김 씨 등의 계속된 노력에 농민들도 ‘헛개나무의 꿈’을 믿게 됐다. 농민 25명이 헛개나무 심기에 참여했다.
헛개나무를 심은 지 7년 만에 장동면의 헛개나무 재배면적이 100ha(약 30만 평)로 늘었다. 김 씨는 장흥헛개영농조합을 설립한 뒤 대표가 됐다. 다른 농민들도 헛개나무 심기에 동참하면서 장흥은 헛개나무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곳이 됐다. 20∼40대 젊은 귀농인 5명이 농촌에 희망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헛개나무는 열매와 어린 가지가 약효가 있다. 열매 가격은 kg당 10만 원이고 어린 가지 가격은 열매의 10분의 1 수준이다. 헛개나무는 6, 7월 꽃이 피고 10, 11월 콩 크기의 검은색 열매를 맺는다. 헛개나무를 심은 이후 8∼10년 지나야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국내 생산량이 부족해 중국산이 건강보조식품 원료로 많이 쓰이고 있다. 중국산 헛개나무 열매는 국내산 가격의 10% 선에 수입된다.
장흥지역 200여 헛개나무 재배농가를 위해 (사)장흥헛개산업육성사업단이 만들어졌다. 사업단은 앞으로 헛개나무 생산부터 가공식품 제조, 유통을 담당하며 체험관광 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사업단은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앞으로 3년간 30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김전환 장흥군 생약산업담당은 “장흥이 전국 헛개나무 재배면적의 37%를 차지하고 있다”며 “사업단이 헛개나무를 통한 소득 창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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