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총사’ 함께 있고싶어 함상근무 자원했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2일 03시 00분


같은날 입대 병장 5명중 1명만 살아남아

내달 1일 제대 앞두고 “마지막 휴가 같이 보내자”
제주 여행계획도 물거품으로

2008년 4월에 입대한 동기 5명은 잠시도 떨어지기 싫어하는 형제 같은 ‘친구’였다.

해군은 입대 후 상병을 달 때면 함상 근무와 지상 근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돼 있다.

지상 근무를 하게 되면 떨어져 일해야 하기 때문에 동기 5명은 함께 함상 근무를 자원했다.

5월 1일 제대하는 이들에게 이번 천안함 근무는 마지막 임무였다. 하지만 3월 26일 오후 9시 22분경 이들이 탔던 천안함은 원인 모를 이유로 두 동강이 났다. 당직 근무였던 1명을 제외한 4명의 동기들은 가라앉은 함미와 함께 차디찬 서해바다 아래로 사라져버렸다.

7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천안함 생존 장병들의 기자회견. 동기 4명을 잃고 그 자리에 홀로 선 전준영 병장(23·사진)은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던 도중 울컥하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사건 당일인 지난달 26일 당직을 선 전 병장은 갑판에서 견시(見視·함교에서 경계를 서는 것) 근무를 선 뒤 사건이 일어난 시간에 함수 부분 지하 1층으로 내려와 샤워를 하고 있던 덕에 화를 면했다. 함께 입대해 동고동락한 542기 동기 4명인 이용상(22), 이재민(22), 이상민(22), 이상희 병장(21)은 그런 행운을 누리지 못했다.

전 병장을 비롯한 5명은 입대와 함께 허물없는 친구가 됐다. 제대 전 마지막 휴가를 맞춰 4월 중순부터 2주간 제주도 여행을 갈 계획도 짜놨다. 사건이 없었다면 지금쯤 5명은 백령도가 아닌 제주도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민간인’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을 터다.

“그 친구가 참 여리더라고요. 내내 울기만 했어요. 저 혼자 살아와서 죄송하다고.”

실종자 이용상 병장의 아버지 이인옥 씨(48)는 8일 생존 장병과 실종자 가족들의 면담 자리에서 처음 만난 전 병장을 이렇게 기억했다. 이 씨는 전 병장이 “이 병장과 정말 친한 친구였다”며 두 손을 꽉 깍지 낀 채 입술을 깨물고 흐느꼈다고 전했다. 이 씨는 “너라도 살아왔으니 다행”이라며 되레 그런 전 병장을 달랬다고 한다.

사건 이후 전 병장은 TV에서 천안함 보도만 봐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힘들어한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평택=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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