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전철 터널공사 설계변경 추진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8일 03시 00분


원안은 착공지역 주민들의 도로개설 요구로 ‘벽’에
변경땐 분당신도시 통해 토석 반출… 교통대란 우려

경기 성남∼여주 간 복선전철 공사구간 중 성남과 광주를 연결하는 터널공사가 당초 설계와 달리 분당신도시 교통난을 가중하는 방식으로 변경 중인 것으로 알려져 성남시와 광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변경된 방식으로 공사를 할 경우 공사비 증액은 물론 토석이 분당신도시를 관통하는 성남대로로 반출되면서 대형 공사차량으로 인한 극심한 교통정체가 예상된다.

○ 분당∼광주 연결하는 이매2터널 설계변경 검토 중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건설하는 성남∼여주 간 복선전철은 성남 판교신도시 판교역에서 광주를 거쳐 이천, 여주 시내까지 총 연장 57km로 2007년 11월 착공해 2015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현재 9개 공구 전 구간에서 공사를 하고 있다. 문제는 분당신도시 이매동에서 광주시 삼동을 연결하는 3공구. 길이 5340m의 3공구는 전체가 맹산 등을 경유하는 터널(이매2터널)이다. 당초 이매2터널 공사는 분당신도시의 교통난과 공사비 절감을 위해 터널 중간지점인 광주시 직동에서 공사를 시작해 분당과 삼동 방면으로 각각 터널을 뚫고, 공사에서 나오는 토석은 직동으로 빠져나가게 설계됐다. 직동 마을 포장도로 끝 지점과 공사 시작점까지 750m 구간은 임시도로를 개설해 사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안 직동 주민들이 임시도로를 영구도로로 만들어 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도로용지 소유주인 맹씨 종중과 마을주민들은 전체 임시도로 중 600여 m를 기부할 테니 나머지 150여 m를 사들여 영구도로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 주민들은 당초 설계비보다 15억 원만 더 들이면 숙원사업인 도로개설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철도시설공단 측은 공사비 증액을 이유로 현재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 분당신도시 교통난 불을 보듯 뻔해

철도시설공단은 이에 따라 분당 이매동과 삼동역에서 동시 착공해 중간에서 만나는 터널굴착방안을 검토 중이다. 철도시설공단 수도권본부 건설2처 김경탁 과장은 “전체 공사비 425억 원 중 15억 원이면 큰 돈”이라며 “설계변경했을 때 공사비가 얼마나 증액되는지, 공사기간에는 지장이 없는지, 분당신도시내 교통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검토해 이달 말까지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매2터널 전체 예상 토석량은 45만 m³로, 15t 트럭으로 반출할 경우 대략 6만4000대 분량. 만일 설계변경이 이뤄진다면 터널공사로부터 나오는 토석의 절반을 실어 나를 3만 대가량의 트럭이 분당신도시를 관통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 트럭들은 성남대로를 경유해 인근 용인이나 서울까지로 오가야 한다. 성남시 관계자는 “아직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설계변경에 대한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지금 이매역 공사로 인한 트럭운행으로 성남대로가 체증현상을 보이는데 3공구 차량까지 통행한다면 분당신도시 전체가 만성적인 교통난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 응급방재용 사갱 무용지물 될 우려

이매2터널은 재난사고 등에 대비해 터널 중간인 직동(3공구 시작점에서 3km 지점)에 길이 690m, 폭 4.4m의 사갱을 설치해야 한다. 사갱은 터널 내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하거나, 원활한 유지보수 등을 위해 외부로부터 차량들의 원활한 접근과 여유 공간 확보를 위해 설치되는 터널과 외부를 연결하는 도로. 이 사갱은 직동 주민들이 영구도로로 만들어 달라고 한 그 도로와 연결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설계변경이 이뤄지면 이 사갱이 마을 포장도로와는 연결되지 않아 응급상황 발생시 접근이 어려워 무용지물이 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직동 주민들은 “설계변경을 하더라도 15억 원 이상 공사비가 증액되고 공사기간도 길어질 텐데 왜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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