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에듀칼럼/‘인스턴트 학습’의 시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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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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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고교입시 개편안으로 교육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도입해 내신 성적과 면접 위주로 학생을 선발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외국어고와 국제고는 영어내신과 면접, 비교과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해야 한다. 기존 외고 입시에서 문제가 됐던 각종 영어인증시험 점수나 경시대회 입상실적, 자격증 등의 비교과영역은 전형요소에서 제외된다. 자립형 사립고의 경우 내신 반영 과목에 차이가 있으나 교과부는 예외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에서는 학생이 사교육 등 외부의 도움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주도적으로 공부를 해왔으며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를 평가한다. 교과부는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고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로 이 전형을 도입했다. 외고나 국제고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영어를 제외한 나머지 과목의 내신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고 흔히 ‘스펙’이라고 부르는 비교과 영역을 대비할 필요성이 적어졌다. 따라서 학생은 물론 선생님까지 입시 준비의 방향을 정하지 못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새롭게 바뀐 입시 상황에 맞는 교육 방법을 모색해 본다.

새로운 입시는 속도 조절을 요구한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급하게 내용 암기에 바빴던 인스턴트 학습은 새로운 입시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 교육자와 학생이 소통하면서 천천히 지식을 쌓아나가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의 기본 개념이 바뀔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가르치는 사람에 중심을 둔 교육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잘 가르치는 강사의 수업을 들으면 성적이 오른다는 생각에 스타 강사라는 개념도 생겼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방식에서는 학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학원 강사들에게 소위 스타 강사가 진행하는 고품질의 강의를 듣고 학습 성과를 내는 학생의 비율을 물어보면 초등부 영재반의 경우 80% 정도, 중등부 최상위반의 경우 50%, 중등부 중위권의 경우 30% 정도라고 대답한다. 강사가 많은 준비를 하고 내용을 쉽게 전달해도 그것이 학습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학습 성과는 학생이 오랜 시간에 거쳐 기초를 쌓은 후 의지를 가지고 노력해야 비로소 나타난다.

새롭게 바뀌는 입시에서는 필기시험과 내신 반영 과목이 줄어들면서 기출문제 중심의 유형 학습이나 단기 집중 선행학습만으로는 입시를 준비하기 힘들어졌다. 이렇게 되면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이다. 교과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부터 내신 시험에서도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는 서술형 문제의 비중을 늘린다고 한다.

일방적으로 내용을 전달하고 단기간의 성과를 점수로 확인하는 과거의 체계를 버리고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소통하면서 배워나가는 쌍방향 학습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이때 강사는 학생의 개념 이해 정도를 확인하고 그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의 교육을 준비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영향을 주는 과정에서 학생은 실력이 심화되고 심화된 실력이 모여 사고력으로 발현된다. ‘적게 풀고 많이 아는’ 것이 가능한 교육이 바로 쌍방향 교육이다.

영어공부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입시에서는 영어 시험만 전문적으로 대비하는 학원에 다니면서 기출 유형의 문제를 양적으로 많이 풀거나 문제 풀이 요령을 터득해 점수만 높인다고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영어로 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그 내용에 대한 생각을 외국인 친구나 선생님과 나누면서 공부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교육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시험 점수가 아닌 실제 실력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이번 교육 개편안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해웅 ㈜타임교육 하이스트 대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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