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시 ‘치매노인 가정’ 지원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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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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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별 데이케어센터 6곳… 주말-휴일 ‘돌보미 서비스’
자치구마다 치매센터 갖춰… 이달부터 무료 치매검사도

‘치매’라는 단어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무섭게 다가서게 마련이다. 심리적 충격은 물론이고 실제 생활에서 돌봐야 할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온종일 치매노인에게 매달리는 자체가 현대 사회인들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시는 이런 점을 감안해 2007년부터 자치구별로 치매지원센터를 건립해오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시내 25개 자치구 전부에 센터 건립을 완료했다. 올해부터는 새벽부터 치매노인을 돌봐주고 휴일에도 서비스해주는 등 치매노인 가정에 대한 지원폭을 대폭 넓히기로 했다.

○ 새벽부터 일요일까지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2일 오전 7시 서울 은평구 진관내동 주택가에는 올해 93세 된 할머니를 모시고 나온 김모 씨(40·여)가 골목길에 들어선 승합차를 보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치매노인을 돌봐주는 ‘서울형 데이케어센터’ 운영기관인 은평노인종합복지관 소속 차량이 집 앞까지 와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모시고 간 뒤 하루 동안 돌봐주기 때문이다. 김 씨 자신도 지병을 치료해야 하는 처지에서 치매에 걸린 고령의 할머니를 돌보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김 씨는 “제가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데 전문 사회복지사들이 이른 시간부터 할머니를 모셔가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시켜주니 감사할 따름”이라며 “휴일에도 서비스가 제공되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승합차는 인근 지하방에서 혼자 살고 있는 정모 할머니(96) 집으로 이동했다. 복지사 2명이 방으로 들어가 옷을 입히고 부축한 뒤 차에 태웠다. 7시 반경 복지관에 도착한 치매노인들은 따뜻한 죽으로 아침상을 받았다. 이후 노인들은 노래교실, 미술치료, 물리치료 등 시간표에 따른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오후 6시 정해진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자 할머니들은 다시 차량을 타고 집에 도착해 가족들 품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치매노인 한 명이 데이케어센터에서 지내는 데 드는 비용은 치매 정도에 따라 하루 6240∼4780원이다. 오후 6시 이후 야간 프로그램은 이보다 20%가량 비싼 수준이다.

은평노인종합복지관 고재욱 관장(51)은 “치매노인을 돌봐달라는 수요는 갈수록 늘지만 돌볼 전문인력이 모자란다”며 “요구가 많아 휴일에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지만 복지사들이 자원봉사 수준으로 일하고 있어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달부터 주말과 휴일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케어센터는 권역별로 6개다.

서울시가 전문기관을 평가한 뒤 위탁하는 이 같은 ‘서울형 데이케어센터’는 지난해까지 78곳이 인증을 받았고 올해는 122곳이 추가될 예정이다.

○ 연간 13만 명이 검사 참여

서울형 데이케어센터가 이미 치매에 걸린 노인을 사후에 돌봐주는 시스템이라면 서울시가 이달부터 본격 시작한 ‘원스톱 통합관리시스템’은 예방과 치료에 초점을 맞춘 제도다. 서울시는 2007년부터 구청별로 치매지원센터를 건립하기 시작해 지난해 말 모든 구청에 센터가 갖춰지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무료 치매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20분 남짓 걸리는 검사를 통해 증상이 의심되면 협력 병원과 연계해 치매 발병 원인을 진단하기 위한 정밀검진을 한다. 이 검사 때도 저소득층은 무료다. 검사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에도 노인 13만157명이 치매검사를 받아 이 중 3893명이 치매 진단을 받아 협력 병원과 서울시립 노인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치매 직전 단계인 고위험군도 2348명 확인됐다. 센터를 통해 치매로 진단됐거나 고위험군으로 등록된 노인들은 이곳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각 센터에는 간호사와 작업치료사, 미술치료사 등 전문인력 10∼12명이 배치돼 치매노인들을 돌보고 있다.치매노인을 위한 각 기관과 서비스 내용은 서울시치매센터 홈페이지(www.seouldementi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심현경 인턴기자 부산대 행정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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