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단독, 아예 부장판사급에 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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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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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장들 인사개혁 논의

“전국 판사 2450명 의견 수렴” 고법-지법 판사 따로 뽑아
서열화 인사구조 개선 추진…단독재판부 경력 상향은 공감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이 25일 오전 서울고법 4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법원행정처-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실무교류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박 처장 뒤쪽으로 이태운 서울고법원장, 이인재 서울중앙지법원장, 김용균 서울행정법원장(왼쪽부터) 등 서울고법 관내 일선 법원장들이 앉아 있다. 김재명 기자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이 25일 오전 서울고법 4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법원행정처-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실무교류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박 처장 뒤쪽으로 이태운 서울고법원장, 이인재 서울중앙지법원장, 김용균 서울행정법원장(왼쪽부터) 등 서울고법 관내 일선 법원장들이 앉아 있다. 김재명 기자
25일 오전 11시 반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박일환 법원행정처장과 서울고법 산하 12명의 법원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협의회와 실무교류 협약식 참석차 모인 이들은 학계, 재야 법조계 인사들과의 오찬에서 최근 일련의 무죄판결 시비로 불거진 법원의 개혁 문제에는 입을 굳게 닫았다.

여느 때였다면 법원장들은 협약식 이후 간단한 다과와 함께 근황을 나눈 뒤 헤어졌겠지만 이날은 달랐다. 협약식을 마친 뒤 대법원 청사 회의실로 자리를 옮긴 뒤 오후 3시부터 2시간 반 동안 대법원이 추진 중인 인사제도 개혁안을 집중 논의했다. 회의장 주변에는 법원 경위들이 배치돼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다. 참석자들은 일선 법원의 인사와 재판 사무 분담을 맡고 있어 이 자리에서 나온 의견들은 곧바로 이후 법원 인사 개혁의 중요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형사단독 재판 개선에 의견 일치”

이날 논의된 개혁안들은 이미 동아일보에 보도된 그대로였다.(본보 23일자 A1·3면, 25일자 A6면) 박 처장은 우선 형사단독 재판부에 배치될 판사의 경력을 현행 5년 이상에서 10년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일부 참석자는 “현재도 수도권 지역 단독 판사들은 10년차 전후로 배치돼 있다”며 “2, 3년 뒤에는 부장판사급(15년차 이상) 중견 법관 인력이 급격히 늘어나는 만큼 경력 연차를 15년가량으로 높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와 내년 부장판사로 자리를 옮기는 사법연수원 24기가 70명 안팎인 데다 25기부터는 100여 명 선으로 늘어난다. 대법원은 로스쿨 성적 우수자 가운데 재판연구관(예비 판사)을 뽑아 형사단독 재판을 보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재정합의제를 적극 활용하자는 데에도 공감대가 이뤄졌다. 재정합의제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단독 사건이 있을 경우 이 사건을 배당받은 판사를 포함해 3명의 형사단독 판사로 재정합의부를 구성해 재판하는 제도. 현재의 대법원 규칙에 의거해 곧바로 시행에 들어갈 수 있다.

○ “법관 선발 방식 판사 전수조사”


법관 선발 방식의 변화도 논의됐다. 대법원은 로스쿨 졸업생이 처음 배출되는 2012년부터 최소 5년 이상 검사 변호사 경력을 가진 법조인에 한해 판사를 임용할 방침이다. 또 로스쿨 성적 우수자를 재판연구관으로 뽑아 3년 이상 근무시킨 뒤 일정 기준을 충족시키면 정식 판사로 선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큰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국회 및 로스쿨협의회 측과 마찰 없이 조율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가장 심도 있게 논의된 부분은 고법과 지법의 판사를 처음부터 따로 뽑아 인사를 이원화하는 방안이었다. 이는 현재의 지법 배석판사→지법 단독 또는 고법 배석판사→지법 부장판사→고법 부장판사의 서열화된 인사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방식이어서 법원 내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임금, 직책 등과 맞물린 사안이기 때문에 전체 판사들의 의견을 반드시 수렴하고 시범 운영 과정을 거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법원은 전국 일선 판사 2450여 명 전원의 의견을 듣는 전수(全數) 설문조사 등을 실시할 방침이다.

한편 대법원은 당초 회의 내용 중 일부 중요 개혁안을 언론에 공개하려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좌담회 직후 A4용지 1장에 이날 회의 내용을 요약해 배포하는 약식 브리핑으로 개혁안 발표를 대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논의된 사안들은 법관 인사시스템 전반을 바꾸는 내용이라 전체 판사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한데 아직 그 단계를 거치지 못했다”며 “핵심 개혁안이 언론에 대부분 보도돼 공론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따로 공식 발표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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