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개입 폭로’ 소문… 아직도 떨고 있는 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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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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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 직원들 예산비리 파문 한달… 지금 그곳에선
前서무직원 공판서 분리심문 요청…일부 상급자 긴장
“주민들 볼 낯 없어” 술집 발길 끊기고 구내식당 북적

“구내식당 인원 좀 늘려 달라고 했는데 아직 답변이 없네요.” 충남 홍성군청 구내식당(좌석 100석) 직원들은 요즘 점심을 차려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용자가 한 달 사이 160명에서 300명으로 두 배 늘었지만 직원은 영양사를 포함해 3명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1일 검찰이 홍성군청 공무원 108명의 예산편취 수사결과를 발표한 이후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이 사건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홍성군청 직원들이 복사용지 등 사무용품을 납품업체에서 구입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작성해 7억여 원을 빼돌린 뒤 개인적으로 유용하거나 부서 회식비 및 경조사비로 써오다가 적발된 것.

공무원들은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데다 주민들 보기가 머쓱해 구내식당을 찾는다. 저녁에도 주변 식당이나 술집에 공무원은 보이지 않는다. 이완수 군수권한대행(부군수)은 “공무원들이 안 움직여 지역경제가 죽는다며 상인들이 하소연한다”고 귀띔했다.

21일 홍성군은 불합리한 관행 혁신 등 ‘비리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31일에는 종무식을 자정결의대회로 바꾸어 인사철 축하 화환, 부서별 송별회 갖지 않기 등을 다짐했다. 하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공금 유용을 주도한 것으로 분류된 각 과 서무(대개 6급)들이 윗선 관여를 폭로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 13일 1심 공판에서 오래 서무를 지낸 공무원이 분리 심문을 요청하자 일부 상급자들이 “추가로 폭로하려는 것 아니냐”며 긴장하기도 했다.

112명에 이르는 사건 연루 공무원들은 “승진은 물 건너갔다”며 한숨이다. 사건 연루자는 군청이 검찰자료를 넘겨받아 재조사한 결과 당초 108명보다 4명이 늘었다. 충남도와 홍성군은 조만간 인사위원회를 열어 112명 가운데 시효가 만료된 22명을 제외한 90명을 징계할 예정이다. 이들 중 83명은 현재 홍성군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나머지 7명은 최근 인사에 따라 충남도로 6명, 천안시로 1명이 옮겨갔다.

홍성군 관계자는 “83명 중 38명은 중징계, 45명은 경징계할 방침”이라며 “이들 모두 승진에서 배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14일 사무관 인사에서 실제로 승진 대상자 2명이 사건에 연루된 이유로 승진에서 누락됐다.

지난해 군수의 뇌물수수 낙마와 이번 사건으로 홍성의 올해 6·2지방선거의 화두는 ‘청렴’이 됐다. 지역신문이 지난해 12월 30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차기 군수 자질은 ‘도덕성’(40.7%)이, 차기 군수 주력사업은 ‘공직기강과 행정투명화’(31.2%)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데 있다. 홍성경찰서는 벌채허가 등 뇌물사건에 홍성군청 공무원 6, 7명이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예산편취 사건과 같은 관행이 아니고 명백한 뇌물사건”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관내 상가와 파라솔업자 간 고소고발 사건에서도 공무원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다.

홍성=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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