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을 노인 17명이 숨지고 14명이 중상을 입은 경주시 유림마을은 사고 소식에 온 주민이 넋을 잃은 듯,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이날 유림노인정은 정문이 굳게 잠긴 채 비어 있어 침통한 분위기였다. 이 노인정에는 평소 10∼20명이 나와 함께 산책이나 운동을 하거나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로 이 노인정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오던 최영원 노인회장이 부인과 함께 숨진 것으로 알려져 마을 주민들이 더욱 비통해 하고 있다.
유림마을 총무 손진생 씨는 “이런 날벼락 같은 일이 생기다니,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며 “어르신들이 한꺼번에 이렇게 돌아가시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림마을은 자연마을로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개발되면서 현재 20여 가구 50여 명의 노인만 거주해 왔다. 이 때문에 자연마을로 유지돼 온 유림마을은 이 사고로 사실상 폐허가 된 셈이다.
이날 장인을 잃은 황모 씨(55)는 “병원에 실려 오신 뒤에도 나를 알아보고 ‘갑자기 쿵 소리가 나면서 버스가 굴러 정신을 잃었다’는 말까지 하셨는데 끝내 돌아가시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오열했다.
유림마을 향우회장 김창식 씨는 “마을이 사라지지 않도록 끝까지 지켜오시던 분들이 한꺼번에 변을 당하시니, 어떻게 마을을 지켜낼지 앞이 캄캄하다”며 굵은 눈물을 흘렸다.
경주=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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