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변협 “어린이 성폭력 피해 최소화”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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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법률 지원 손잡는다
대응 매뉴얼 공동 제작하기로

“성폭력을 당한 아이들이 법정에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하는지, 검사와 판사에게 어떤 어투와 시선으로 증언을 해야 하는지 모두 알려주겠습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는 1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피해를 당한 아동이 상처를 빨리 치유하고 신속하게 법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중앙아동성폭력 의료기동반’을 만들어 성폭력 피해 아동이 의료진으로부터 신속하고 종합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의료기동반은 피해 아동이 몸과 마음을 함께 치료받을 수 있도록 신경정신과 산부인과 소아과 응급의학과 비뇨기과 외과 가정의학과 7개 학회가 참여해 협진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또 의료기동반은 피해 아동이 법적 소송을 준비할 경우 증거 수집을 위해 담당 의료인들에게 어떤 진단서를 준비해둬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변협은 ‘예비법정제도’를 통해 피해 아동을 지원한다. 피해 아동과 부모는 길고 긴 법정싸움에서 큰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 미리 알려줄 필요가 있다. 예비법정제도를 신청한 피해 아동은 법정 영상물을 통해 ‘법정에 들어가면 누가 어떤 자리에 서있는지’ ‘어느 곳에 시선을 두고 말해야 하는지’ ‘증언시간이 길기 때문에 중간에 약을 복용하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미리 교육받게 된다.

법정에서 피해 아동과 가해자가 같은 통로를 이용할 경우 가해자가 다가오면 아동은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 예비법정제도는 이를 막기 위해 부모에게 “저희를 먼저 퇴장시켜주십시오”라고 말하도록 알려준다.

이명숙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는 “법정에서는 피해 아동의 옷차림과 증언할 때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법조인이 아니면 모르는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알려주는 것이 예비법정제도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의협과 변협은 내년 1월 초 성폭력 피해 아동과 부모에게 적절한 대처법을 알려줄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매뉴얼’을 공동 발간하기로 했다. 매뉴얼에는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고소 취하 협박을 받을 때 이를 어떻게 녹음해야 하는지, 정신적 스트레스를 너무 받을 경우 정신과 소견서를 빨리 받아둬야 한다는 점 등이 실릴 예정이다. 또 경찰 검찰 법정에서 각각 어떻게 진술해야 하는지, 어디로 전화해야 무료로 변호사를 선임 받을 수 있는지, 집 근처에 있는 전문치료병원은 어딘지 등도 나와 있다. 매뉴얼은 변호사용, 상담사용, 피해아동 부모용으로 나눠 배포된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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