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격 40명 탈락… 확 바뀐 국세청 인사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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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청장에 인사권 주되 사전 사후 감찰도입

국세청이 최근 단행한 서기관 및 사무관 승진 인사에서 ‘사전 사후 감찰제도’를 새로 도입해 부적격자 40명을 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전 사후 감찰제도는 중간 간부의 승진과 전보 등에 대한 국세청장의 권한을 지방청장들에게 대폭 넘긴 대신 이들의 인사권 남용을 막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15일 “승진 후보자 376명 전원에 대해 전국의 감찰반원들을 동원해 리더십과 업무추진력은 물론이고 청탁 여부와 사생활까지 조사했다”며 “각 청에서 추천한 승진 후보자라도 문제가 발견되면 배제했다”고 밝혔다.

새로 도입된 제도에 따라 서기관 승진 후보자 137명 가운데 14명, 사무관 승진 후보자 239명 가운데 26명이 인사위원회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승진 기회를 놓쳤다. 이와 별도로 외부 인사를 통해 백용호 청장 등 국세청 고위층에 인사 청탁을 한 7명도 승진에서 탈락했다. 처음으로 인사권을 행사한 지방청장들은 사후감찰에서 인사권을 남용한 사례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감찰이 진행되는 동안은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고 한다.

전직 청장들의 비리에 이어 안원구 국장이 기업에 미술품을 강매한 혐의로 구속돼 국세청에 대한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지만 국세청 내부에서는 백 청장이 주도하는 변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백 청장은 올 5월 취임 직후 청장에게 집중된 인사권을 각 지방청장에게 위임한 뒤 인사위원회에서 최종 판단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여기에 국세청의 막강한 감찰능력을 활용해 로비나 청탁 여부 등을 다시 확인하는 사전 사후 점검 시스템까지 구축했다.

이번 인사가 국세청 직원들 사이에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지는 내부 게시판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내부 게시판에는 “국세청이 변했다” “깨끗한 인사에 박수를 보낸다” 같은 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 직원이 “세정 경험이 없으신 분이라 걱정도 많았지만 이제는 ‘우리 청장님’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의 편지를 청장실로 보내기도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안 국장 사건은 과거 국세청의 내부 분위기를 압축해서 보여준 것”이라며 “변화를 위한 노력이 과거에 있었던 일에 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아쉽지만 이번이 쇄신의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많은 직원이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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