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예비수험생, 수능 수리 작년 난도를 기준 삼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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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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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채점 결과 3점짜리 문제를 실수로 3개나 틀렸어요. 모두 중간 수준의 문제여서 맞힌 학생이 많을 텐데…. 실수 때문에 지원대학이 바뀔 판이에요.”

평소 수리영역 1등급 성적을 유지하던 고3 신모 양. 신 양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어려웠던 예년과 달리 평이하게 출제된 수리영역 때문에 울상을 지었다. 특히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 한 문제만 실수해도 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신 양은 “지난해처럼 수리영역이 어렵게 출제될 거라 예상해 고난도 문제만 푼 게 화근이었다”면서 “마지막까지 실수를 줄이는 훈련을 하지 않은 게 잘못”이라고 후회했다.》

수리1등급 두 선배가 강조하는 ‘3계명’
이번 겨울방학때 개념 총정리 → 실전훈련 빨리 시작


수능에서 수리영역은 언제나 대입당락을 결정짓는 변수로 작용한다. 올 6, 9월 평가원 모의고사보다 확실히 더 쉬웠던 올해 수리영역도 마찬가지. 올해는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유형과 고난도 문제가 포함됐지만, 전체적으론 개념만 정확히 알면 어렵지 않게 풀 문제가 다수 출제됐다는 게 입시전문가들의 평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처럼 수리영역이 어려우리란 예측에 휩쓸려 수리영역을 지레 포기했거나, 신 양처럼 수능을 앞두고 ‘전략적’으로 어려운 문제만 골라 풀다가 ‘실수 관리’에 소홀했던 학생들은 대학 선택의 폭이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수리영역 1등급인 연세대 의학과 06학번 김영인 씨와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08학번 안선혜 씨는 “6, 9월 평가원 모의고사의 수준에 따라 수학 공부법을 바꿨다간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면서 “수학공부를 할 땐 세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지난해 수능을 참고하되 절대기준으로 삼아선 안 되고 △수능은 ‘상대평가’란 점을 염두에 둬야 하며 △당락을 결정짓는 변수는 언제나 수리영역이란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어려워도 탈, 쉬워도 탈인 수능 수리영역. 앞으로 수능을 치러야 하는 고1, 2는 어떤 대비전략을 짜야 할까?

1계명
○ ‘쉽다’ ‘어렵다’ 난도에 흔들리지 말라

매년 수능 직후엔 ‘변별력이 없다’ ‘평이하다’ ‘너무 어렵게 출제됐다’ 식의 언론보도가 쏟아진다. 김 씨는 “예비 수험생은 ‘쉽다’ ‘어렵다’란 단어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그해 시험이 어떤 시험보다 쉽고 어려운지 그 비교 대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수리 가형은 6, 9월 평가원 모의고사보다는 쉬웠다. 고난도, 신 유형의 문제가 2, 3문항에 그쳤기 때문. 하지만 “지나치게 어려웠다”는 여론에 휩싸였던 지난해 수리영역과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또 “쉬워서 난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2008학년 수리영역보다는 어려웠다.

김 씨는 “올해 실시된 6, 9월 모의고사 수리영역이 어려웠기 때문에 체감 난도가 떨어진 것일 뿐 수리 가형의 경우는 결코 쉽지 않았다”면서 “자기가 직접 풀어본 ○○학년도 수능 또는 모의고사를 기준으로 이번 수리영역이 쉬운지 또는 어려운지를 판단해 학습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안 씨는 “‘쉽다’와 ‘어렵다’의 의미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리영역이 ‘어렵다’는 건 그해 시험에 △풀이법을 쉽게 떠오르지 않는 문제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풀 수 있는 문제(이상 고난도 문제) △접근은 어렵지 않은데 계산이 복잡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 △신 유형의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는 것. 반대로 수리영역이 ‘쉽다’는 건 △예전 수능 또는 모의고사에 자주 출제됐던 문제 △하나의 공식 또는 개념만 알고 있으면 풀 수 있는 문제 △보자마자 풀이법을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문제가 다수 출제됐다는 뜻이다.

안 씨는 “수능이 쉬웠던 해에도 신 유형, 고난도 문항는 2문제 이상 꼭 나왔고, 이런 문제를 맞히느냐 틀리느냐에 따라 대입 당락이 갈렸다”면서 “지난해 수능이 쉬웠다고 해서 난도 높은 문제에 대비하지 않으면 3, 4점짜리 문제 하나 때문에 목표 대학에 불합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예비 수험생들은 수리영역 학습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

2계명
○ 수능은 상대평가…목표는 한 단계 높게 잡아라

수능은 ‘상대평가’다. 수능 성적표에서 중요한 건 원점수가 아니라 표준점수다. 시험이 쉽게 출제되면 평소 모의고사 때보다 원점수가 오르더라도 표준점수는 그대로일 확률이 높다. 시험문제가 평이하게 출제됐는데도 표준점수가 그대로라면? 실제론 성적이 떨어진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앞으로 수능을 치를 예비 수험생은 자기 수준을 한 단계 올린다는 목표로 수리영역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2011학년도 수능을 치를 고2 최상위권∼상위권 학생은 만점을 목표로 해야 하며, 중상위권 학생은 수능 기출문제를 풀며 자주 출제되는 문제 유형을 익힘으로써 중·하 수준의 문제는 100% 맞힌다는 목표로 공부하도록 한다.

안 씨는 “시험이 끝나면 고난도 문제는 어려워서 틀리고, 쉬운 문제는 실수로 틀렸다고 말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면서 “이럴 경우 상대평가인 수능에선 표준점수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상위권 학생들은 고난도 문제부터 쉬운 문제까지 모두 맞힌다는 목표로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3계명
○ 당락을 가르는 수리영역…지금부터 시작하라

매년 주요대학 당락의 가장 큰 변수는 수리영역이다. 인문계, 자연계 모두 수리영역 반영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지역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의 경우 지난해 수리영역 유형을 ‘나형’으로 지정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최상위권 학생들의 합격 여부는 수리 성적에 따라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자, 이젠 고1, 고2들의 차례다. 아직도 시간이 많다고 느끼는가? 수학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수학성적은 단기간 내에 향상되긴 어렵다. 예비 수험생들은 이번 겨울방학을 시작으로 바로 ‘수능 레이스’에 돌입해야 한다. 현재 자기 실력에 맞게 학습계획을 세우는 게 관건. 김 씨와 안 씨의 수리영역 공부법을 살펴보자.

김 씨는 고2 겨울방학 때부터 그동안 배웠던 개념을 총정리했다. 왜 이 개념을 적용하는지 다른 사람에게 완벽히 설명할 정도로 공부하는 게 핵심. 특히 3학년 1학기 땐 실수를 줄이는 훈련에 주력했다.

김 씨는 고2 겨울방학 때부터 고3 1학기 초까지 10년 치 기출문제와 6, 9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풀었다. 그러면서 출제된 단원, 문제의 난도, 오답 풀이과정, 실수를 표에 꼼꼼히 기록했다. 일주일 단위로 표를 점검하면서 같은 단원에서 출제된 문제를 반복해서 틀리지 않는지, 취약 유형은 무엇인지를 파악했다. 주기적으로 문제를 꾸준히 풀면서 자기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훈련도 잊지 않았다. 고3 여름방학 때부터 수능 직전까지는 ‘이 문제는 ○○ 개념을 이용해 푼다’는 식으로 자기만의 풀이법을 몸에 익혔다. 문제를 보자마자 풀이법을 바로 떠올릴 수 있어야 고난도 문제를 풀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

김 씨는 “수능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을 땐 어려운 문제의 경우 해답지의 풀이법을 통째로 외우는 것도 한 방법”이라면서 “수능은 창조적인 풀이방법이 아니라 정답을 요구하는 시험이므로 문제 유형별 풀이법을 익혀둬야 고득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씨는 고1 겨울방학 때 개념 총정리를 시작했다. 참고서 한 권을 골라 처음엔 1단원부터 마지막 단원까지 개념정리만 읽었다. 그런 다음엔 처음부터 끝까지 개념정리 밑에 나온 예제 풀이만, 그 뒤엔 응용문제만, 마지막엔 심화문제만 쭉 푸는 식으로 한 권의 참고서를 5회 이상 읽고 풀었다. 2학년 땐 수능 기출문제 풀이 위주로 공부를 하면서 같은 단원에서 어떤 문제가 얼마나 자주 출제됐는지, 수능에 출제될 때마다 어떻게 변형됐는지를 관찰하며 공부했다.

안 씨는 “수학 1, 2에 미·적분 같은 선택과목까지 공부해야 하는 자연계 고2의 경우엔 이번 겨울부터 복습 및 총정리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중상위권 학생은 수학 10-가, 나, 중학교 수학 교과서를 펼쳐 문제를 풀 때 꼭 알아야 할 공식과 개념부터 정리하라”고 조언했다.

일찍 실전훈련을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다.

안 씨는 “올해를 포함해 최근 6년 치 수능 기출문제를 분석해보면 ‘1∼5번’은 매우 쉽고, ‘21∼25번’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면서 “수능 수리영역은 문제의 난도 배열이 정해져 있으므로 쉬운 문제를 먼저 푸는 연습을 하는 동시에 시험시간 100분을 적절히 활용하는 훈련을 미리 해 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 씨는 “수능 기출문제를 단원별로 분류해보면 고1 수학에선 잘 출제되지 않는 단원들을 찾을 수 있다”면서 “고3 여름방학 이후 시간이 부족하다면 이런 단원들을 과감히 ‘포기’하는 전략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유웨이중앙교육 수학팀 태홍식 수석연구원)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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