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사람/오지 마라토너 안병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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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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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일간 1622km 완주… 달려야 사는 남자

유럽종단 마라톤 중도하차
자책-허탈감에 우울증까지
3대륙 뛰고 나니 자신감 생겨

인생 최대의 도전으로 여겼던 유럽종단 울트라마라톤대회(4500km)를 중도하차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허탈감과 함께 우울증이 밀려왔다. 다시 마음을 잡기 위해 무작정 배낭을 짊어지고 떠났다. 산악과 사막에서 하루평균 43.8km를 달렸다. 제주 출신 오지(奧地) 마라토너인 안병식 씨(36·사진)가 8월부터 3개 대륙을 돌며 37일 동안 1622km를 완주했다.

안 씨는 올 8월 3∼17일 스페인 ‘산티아고 가는 길’ 800km를 시작으로 8월 28, 29일 프랑스 ‘몽블랑 울트라 트레일 런(Trail Run) 166km’, 9월 5∼12일 독일을 출발해 이탈리아까지 알프스산맥을 달리는 ‘트렌스 알파인 런 240km’, 10월 4∼10일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 마라톤 250km’, 10월 26∼30일 ‘히말라야 166km 런’ 등 5개 코스 달리기를 마쳤다.

히말라야 대회는 해발 2000m에서 출발해 3600m 사이를 달린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서 열리는 울트라마라톤대회로 3위를 했다.

눈앞에 세계 3위봉인 칸첸중가(해발 8603m)가 펼쳐지는 산맥을 달렸다. 알프스산맥을 달리는 대회도 해발 2000∼3000m를 넘나들어야 했다. 칼라하리 사막에서는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벌레 때문에 애를 먹었다.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3개 대륙에서 충분한 휴식 없이 한계에 도전했다. 안 씨는 “5월 말에 열린 유럽종단 마라톤을 갑작스러운 발목 부상으로 마치지 못한 자책감이 너무 커서 한동안 방황했다”며 “연이은 대회 참가로 몸에 크고 작은 부상이 생겼지만 자신을 뒤돌아보고 새로운 설계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안 씨는 2001년 서울국제울트라마라톤대회 100km를 완주한 뒤 본격적으로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250km 죽음의 레이스’로 불리는 중국 고비, 칠레 아타카마, 이집트 사하라 등의 사막마라톤에 이어 2007년 남극마라톤(130km)에 성공했다. 지난해 4월에는 북극점 마라톤(42km)에서 우승해 한국인 최초로 남극과 북극을 마라톤으로 완주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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