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GREEN/이제는 실천이다]<2부>① ‘전방위 친환경 무장’ 원주 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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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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熱 光 과 學 食 남다른 그린 캠퍼스
지열-태양광 이용 年3억 절감
CO₂ 배출량도 2년새 25% ‘뚝’
‘문학과 자연’ 등 환경과목 80개
구내 식당선 친환경 재료 사용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설치된 상지대 예술관. 태양광을 이용해 난방과 온수를 공급한다. 상지대는 이 같은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4개 건물에 설치했다. 사진 제공 상지대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설치된 상지대 예술관. 태양광을 이용해 난방과 온수를 공급한다. 상지대는 이 같은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4개 건물에 설치했다. 사진 제공 상지대
《상지대(강원 원주시 우산동) 입학홍보처 이주엽 과장은 점심식사를 항상 학교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값이 싸고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구내식당 음식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친환경 식자재로 만든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우리 학교 식당에 나오는 음식은 집에서 먹는 음식보다 더 친환경적입니다. 화학조미료도 일절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신입생들의 경우 처음에는 맛이 밍밍하다고 불평하기도 해요. 그러나 금세 그 맛에 적응합니다.” 》상지대는 2005년 구내식당을 유기농 식당으로 탈바꿈시켰다. 친환경 쌀로 밥을 짓고, 유기농 김치만 내놓는다. 채소 등 다른 식자재도 친환경 일색이다. 계란은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PPC) 적용사업장에서 생산된 무항생제 제품을 쓰고, 라면은 화학첨가물인 MSG가 없는 참살이(웰빙) 라면만을 제공했다. 전체 식자재 가운데 친환경 재료 비중은 80%를 웃돈다. 친환경 재료 사용으로 추가 발생하는 연 1억 원가량의 비용은 학교가 부담한다.

유기농 식당 운영은 친환경에 쏟는 노력의 일부에 불과하다. 상지대는 건물에서부터 커리큘럼에 이르기까지 친환경으로 무장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까지 친환경으로 똘똘 뭉친 셈이다.

○ 지열, 태양열 도입 후 3억여 원 절약

상지대의 에너지 절약 사업은 1996년부터 시작됐다. 교내 조명기기를 고효율 제품으로 바꾸고 심야전력을 끌어들였다. 2005년부터는 본격적인 ‘에코 캠퍼스’로의 변신을 시작했다. 연호선 시설부 주임은 “초기에는 학교의 특색 있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연료비를 아끼기 위한 측면이 강했다”며 “그러나 대체 에너지 자원 사용과 에코 커리큘럼, 유기농 식당 등 친환경의 범위가 늘어나면서 상지대는 에코 캠퍼스가 됐다”고 말했다.

상지대는 2005년 맑음관 건물에 지열 냉난방시스템을 설치했다. 화석연료 대신 지하 500m에서 끌어올린 지열을 이용해 냉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설비다. 공사비 9억 원 가운데 절반은 정부 지원으로 충당해 실제 부담금은 4억5000만 원. 2006년부터 이 시스템을 가동한 결과 연간 연료비는 2300만 원으로 도시가스를 사용할 때보다 7200여만 원이 줄었다.

이어 상지대는 다른 건물에도 지열 냉난방과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연차적으로 설치했다. 22개 주요 건물 가운데 경제성과 효용성이 높다고 판단한 8개 건물에 9개 시스템을 갖췄다. 이로 인한 연간 에너지 절감액은 총 3억4114만5000원이다.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자 당연히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어들었다. 2006년 1506.31t에서 2007년 1230.10t, 2008년 1130.29t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 에코 커리큘럼 정착

상지대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에코 커리큘럼에 있다.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미래 녹색성장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2008년부터 시작됐다.

교양 과정에는 올해 1학기 15과목이 개설돼 1943명이 수강했다. 전공 과정에는 총 65개 과목이 개설됐다. 흥미로운 것은 전혀 환경과 관련 없을 것 같은 학과에도 환경이 접목돼 있다는 점. 국문과의 ‘문학과 자연’, 법학부의 ‘환경 복지법’, 경영학부의 ‘환경물류’, 회계정보학과의 ‘환경회계론’, 체육학부의 ‘운동환경영양학’ 같은 식이다.

김지선 씨(환경공학과 4년)는 “교양 과정에선 환경 관련 과목들이 인기가 높아 수강신청 때 서둘러야 할 정도”라며 “환경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다양한 관련 강좌가 개설돼 좋다”고 말했다.

○ 녹색성장 원주시와 ‘윈윈’ 행보

상지대가 에코 캠퍼스로 발 빠르게 변신할 수 있었던 데는 녹색성장 도시를 목표로 한 원주시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원주시는 10여 년 전 조성된 첨단 의료기기 산업단지를 기반으로 생명, 환경, 건강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는 곳. 지난해 12월에는 환경부와 ‘저탄소 친환경 건강도시’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친환경 에너지 자립형 마을 조성, 온실가스 감축 건축물 인증, 탄소흡수원 조성, 기후 변화 대응센터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원주에는 친환경 재배 농가가 많아 상지대가 원하는 친환경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 학교는 신선한 친환경 농산물을 싸게 구입하고, 지역 농가 역시 안정적인 판매망을 확보해 ‘윈윈’인 셈이다. 2005∼2008년 상지대 식당에서 사용된 친환경 식자재는 쌀 5억7000여만 원(22만3600kg)어치를 포함해 총 8억9000여만 원에 이른다.

상지대는 친환경, 에너지 절약 실천으로 2002년 환경경영시스템 인증(ISO 14001) 대학으로 선정됐다. 이어 2006년에는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로부터 제10회 에너지위너상과 경향전기에너지대상을 받았다. 요즘 상지대에는 에코 캠퍼스를 견학하려는 대학이나 공공기관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에만 벌써 50여 기관 및 단체에서 500여 명이 다녀갔다.

배진한 기획처장은 “전화 문의가 폭주하는 것은 물론 견학 오는 손님이 너무 많아 업무에 방해가 될 정도”라며 “상지대의 친환경 노하우를 전달하는 데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 “이공계뿐 아니라 모든 재학생들 환경 아는 녹색성장 인재로 육성” ▼
■ 유재천 상지대 총장

“상지대는 그린캠퍼스의 선두주자라고 자부합니다.”

19일 상지대에서 만난 유재천 총장(사진)은 그린캠퍼스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을 동시에 내비쳤다. 친환경은 유 총장이 올해 3월 취임한 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 가운데 하나. 유 총장이 꼽은 상지대의 친환경 비전은 녹색성장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 친환경 건물 신축, 지역 사회와의 공조로 요약된다.

“이제 환경교육의 필요성은 두말 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학생이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지식을 습득하도록 개설된 환경 관련 강좌를 더욱 체계화할 계획입니다.”

유 총장이 원하는 녹색성장 인재는 이공계 학생들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인문, 어문, 상경계 학생들도 환경을 모르고는 미래 사회에서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보통 사람들에게 낯선 ‘패시브하우스’도 상지대에선 익숙한 단어가 됐다. 패시브하우스는 최소한의 에너지만 사용하도록 설계된 친환경 건물로 열 손실을 막기 위해 두꺼운 벽과 3겹 유리창 등 에너지 고효율 자재가 사용된다.

“패시브하우스의 건축비는 보통 건물에 비해 1.6배가 듭니다. 그러나 한번 만들어 놓으면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크죠. 앞으로 구상 중인 기숙사를 비롯해 신축 건물에 패시브하우스 개념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유 총장은 지역사회와의 융화 필요성도 강조한다. 상지대는 농업, 산림 전문가들을 활용해 주민들에게 선진 영농기술을 전수하고, 산림학교를 만들어 숲 해설가도 키우고 있다.

“단과대마다 원주시 호저면의 마을들과 자매결연하고 일손 돕기, 농산물 구입, 기술 교류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어요. 대학과 지역사회가 하나 될 때 친환경을 비롯한 모든 사업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 車없는 캠퍼스… 에코 교육헌장… 탄소포인트제…

■ 대학들 앞다퉈 ‘녹색 운동’

지난달 8일 부산 신라대에서 열린 ‘신라 에코 교육헌장’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마친 뒤 친환경 실천을 홍보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 신라대
지난달 8일 부산 신라대에서 열린 ‘신라 에코 교육헌장’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마친 뒤 친환경 실천을 홍보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 신라대
올 5월 13일 연세대 청송대(聽松臺)에 전국 16개 대학 총장, 부총장이 모여 ‘그린캠퍼스 총장 선언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36개 대학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 소속으로 이날 저탄소 녹색성장 실천에 대학이 앞장설 것을 다짐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선언문을 통해 “미래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이 등장함에 따라 에너지와 자원의 대량 소비 주체인 대학이 시대적 과제 달성에 선도적 역할을 담당할 것”을 자임했다. 협의회는 지난해 11월 창립돼 현재까지의 성과를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회원 대학들은 그린캠퍼스로의 변신에 앞장서고 있다. 캠퍼스가 북한산을 끼고 있는 국민대는 지하주차장 건설을 통해 ‘차 없는 캠퍼스’를 조성한 것을 비롯해 재활용 장터인 ‘아름다운 가게’ 입점, 청소년 및 일반 시민을 위한 무료 산림학교 개설, 콘크리트 담장에 담쟁이넝쿨 등을 조성했다.

고려대는 올해 4월 그린캠퍼스 비전을 선언한 데 이어 7월에는 서울 성북구와 학교 캠퍼스를 포함한 인근 주거지역을 ‘친환경 저탄소 그린커뮤니티’로 조성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고려대 안에 신재생에너지 공원과 홍보관을 건설하고, 인근 초중고 및 다른 대학으로 그린커뮤니티가 확산될 수 있도록 협력할 예정이다.

광주 조선대는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인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설을 비롯해 태양에너지 실증연구단지 등을 조성했다. 특히 2005년 만들어진 신재생에너지 시범마을 ‘그린 빌리지’는 일종의 태양에너지 본보기집(모델하우스)로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태양열 급탕시스템 등이 설치돼 있다.

부산 신라대는 지난달 8일 ‘신라 에코 교육헌장’ 선포식을 가졌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녹색바람에 발맞춰 신라대의 교육 방향을 녹색성장으로 잡겠다는 취지. 신라대는 에코 캠퍼스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 방안으로 신재생 에너지 시설 확대, 쓰레기 배출 줄이기, 탄소포인트제, 교내 차 없는 거리 지정, 생태학습장 조성 등을 내놓았다. 서울대도 지난해 10월 ‘지속가능한 친환경 서울대학교’ 추진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절반 감축 등 장기 비전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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