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랄 연구에 안와볼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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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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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술 KAIST 이사장
당뇨관련 신기술개발 소식에
기부했던 빌딩 6년만에 방문

최철희 교수팀의 연구 성과를 경청하고 있는 정문술 KAIST 이사장(앞줄 오른쪽)과 부인 양분순 여사. 사진 제공 KAIST
최철희 교수팀의 연구 성과를 경청하고 있는 정문술 KAIST 이사장(앞줄 오른쪽)과 부인 양분순 여사. 사진 제공 KAIST
KAIST는 2002년 5월 대전 유성구 교내에 ‘정문술빌딩’을 착공해 2003년 10월 완공했다. 정문술 당시 미래산업 회장(71·현 KAIST 이사장·사진)이 2001년 기부한 300억 원 가운데 110억 원을 들여 지은 11층 건물로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기술(BT) 융합학과들이 입주해 있다. KAIST는 기공식과 준공식, 정 이사장 명예박사 수여식(2007년) 등 세 차례나 빌딩을 방문해 줄 것을 정 이사장에게 공식 요청했다. 하지만 정 이사장은 그때마다 “깜짝 놀랄 만한 연구업적이 나오면 가겠다”고 사양했다.

정 이사장이 19일 정문술빌딩을 처음 찾았다.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최철희 교수팀이 ‘말초조직의 기능적 혈액 관류 측정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소식에 초청에 응했다. 이 기술은 혈류 양과 속도, 혈관의 건강성 정도(투과도)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하는 것. 동맥경화와 고혈압, 당뇨 등을 진행 시점에 미리 알 수 있어 조기 치료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날 오전 11시 반 건물 안으로 들어선 정 이사장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다소 떨리는 손으로 방명록에 ‘감동했습니다. 잘사는 나라로 가는 새로운 길을 이곳에서 열어 주실 것을 간절히 기원합니다’라고 쓴 뒤 부인 양분순 씨와 함께 서명했다.

“사업을 하면서 한국의 연고주의 폐단 때문에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웠습니다. 솔선수범해야겠다는 생각에 아무 인연이 없는 KAIST에 기부했죠. 소유하면 잠시 나의 것이지만 기부하면 영원히 나의 것이 됩니다. 기부는 소유의 끝이 아니라 절정이지요….” 미래산업 창업주인 정 이사장은 2001년 회사의 모든 권한을 전문경영인에게 위임하고 KAIST에 전 재산인 300억 원을 기부했다. 정 이사장은 이날 방문도 과연 잘한 일인지 고심하는 듯했다. “탈무드는 기부할 때 보상을 바라지 말고, 연고가 없는 곳에 하며 남이 모르게 하고, 줬으면 잊으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잊지 못하고 이 자리에 오게 돼 부끄러운 생각이 듭니다. 저의 조그만 성의가 씨앗이 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기에 보고 싶은 욕심이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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