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신청 떨어진 70대 실향민 목숨 끊어

  • 입력 2009년 9월 30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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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던 70대 실향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숨진 실향민은 10년 전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으나 그동안 17차례 열린 상봉행사에 포함되지 못했다.

28일 오전 10시 52분경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인근 선로에서 이모 씨(75)가 진입하던 열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열차 기관사는 경찰 조사에서 “화서역을 출발해 수원역으로 진입하려고 하는데 한 남자가 갑자기 선로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최근 TV를 통해 금강산에서 열리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지켜보며 크게 안타까워했다. 이 씨는 6·25전쟁 때 고향인 강원 금화군에서 혼자 피란을 나왔다. 2000년 8월 사상 첫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그는 북에 두고 온 부모와 누나, 여동생 등 9명의 가족 상봉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이후 2007년까지 15차례의 상봉행사가 더 열렸지만 이 씨는 번번이 상봉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2년 만에 성사된 이번 추석 상봉자 100명에도 끝내 포함되지 못했다. 이 씨의 아들(45)은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부터 아버지가 뇌중풍을 앓았고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도 선정되지 않아 상심이 컸다”고 말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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