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아저씨가 돌팔매 용의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6분



코끼리가 던진 돌에 맞았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15일 서울 어린이대공원의 코끼리 우리를 현장 검증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코끼리가 던진 돌에 맞았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15일 서울 어린이대공원의 코끼리 우리를 현장 검증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코로 던진 돌에 머리 맞아”
동물원 관람객이 조사 요구

지나가는 행인에게 돌을 던진 혐의로 동물원 코끼리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주인공은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의 터줏대감인 태산이(35·수컷). 광진경찰서는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산책하던 김모 씨(48·여)가 ‘코끼리가 코로 던진 돌에 머리를 맞았다’며 경찰에 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14일 오전 9시 반경 김 씨는 인적이 드문 동물원을 운동 삼아 산책하고 있었다. 김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코끼리가 우리 안에 있는 바위 틈새에서 코로 돌멩이를 끄집어내고 있었다”며 “정말 ‘코가 손이네’ 하면서 신기해하고는 바로 옆에 있는 사자를 구경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순간 김 씨는 밥그릇만 한 돌에 맞아 쓰러졌고 돌을 던진 사람을 찾으려 일어나 주위를 살폈으나 아무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머리 왼쪽을 맞았는데 왼쪽에는 코끼리 우리밖에 없었다. 돌에 맞은 머리가 아파 소리를 질렀더니 코끼리가 코를 말고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14일 김 씨의 신고를 받고 조사에 들어갔다. 코끼리 우리 주변의 폐쇄회로(CC)TV를 모두 확보해 살펴봤지만 김 씨가 코끼리가 던진 돌에 맞았다고 주장하는 지점은 사각지대에 놓여 화면에서 보이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인적이 드문 시간에 사건이 발생해 목격자도 없고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김 씨의 진술에만 의존해 코끼리가 돌멩이를 던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어린이대공원에 업무상 과실이 있는지 등을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원 측은 “현재 발정기이긴 하지만 태산이가 동물원에 온 지 34년이나 됐는데 그동안 관객에게 돌을 던지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한 적은 없었다”며 “오전 9시 개장 전에 방사장에 돌 등 이물질을 전부 청소하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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