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핸드백을 믹서로…‘명가녀 동영상’ 내막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9월 4일 14시 04분



명품 핸드백을 과감하게 믹서기에 넣고 갈아버리는 일명 '명가녀'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다. 동영상의 목적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으나, 치밀한 분석에 의해 제작된 '광고'인 것으로 알려졌다.

4일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선글라스를 낀 여성(명가녀)이 주방에서 C사, L사 등 외국 명품 가방을 믹서기에 넣고 갈아버린다. 가방들은 단 몇 초 만에 솜뭉치가 된다. 다음 편을 예고하는 듯 이 여성은 미소 띤 얼굴로 '손담비 폰'으로 알려진 국내 모 전자 의 휴대전화기를 흔든다.

의문의 '명가녀' 동영상은 이날 오전 인터넷 포털 사이트 인기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

언뜻 보기엔 누리꾼이 제작한 UCC로 보이나, 이 영상이 매스컴을 탄 데에는 '온라인 입소문 마케팅' 회사인 I사의 이름으로 나간 보도 자료의 덕이 컸다.

이 회사는 현재 음식물 처리기 제조업체인 W사의 홍보를 맡고 있다. 동영상 중간에는 이 제품의 CM송의 가사인 '갈아버려' 등이 포함돼 있다.

I사의 담당자는 한사코 "모르는 일"이라고 펄쩍 뛰었지만, 이 회사가 지난해 모 제과의 '무인도녀' 동영상을 포털 사이트에 유포한 전력을 볼 때, 의심을 거두긴 어렵다. 20대 여성이 무인도에서 식사대용 과자와 소변을 먹으며 열흘을 버텨냈다는 내용의 무인도녀 영상은 당시 사실 여부를 놓고 상당한 화제가 됐었다.

게다가 고가의 제품을 믹서기에 넣고 갈아 버리는 광고 컨셉도 미국에서 이미 2년 전에 시도한 '신선하지 못한' 것이다.

2007년 믹서회사인 브렌텍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아이폰을 믹서기에 넣고 가는 우스꽝스러운 동영상을 올려 히트를 했다.

이어 브렌텍은 장난감 로봇과 자동차, 게임 시디 등도 가루로 만들었다. 이른바 '이것도 갈릴까?' 시리즈의 탄생이다.

누리꾼들은 '재밌다'며 이 동영상을 인터넷 여기저기로 옮겼고, 결과적으로 브렌텍 믹서기의 매출은 20%나 늘리는 효과를 낳았다. 이후 브렌텍의 광고는 '입소문 마케팅'의 교과서적인 사례가 됐다.

▷입소문 마케팅이란?

상품의 특징을 분석해 UCC와 텍스트 형태의 이슈 콘텐츠를 제작해 인터넷에 유포해 소비자의 호기심을 유도하고 언론 노출로 광고 효과를 거두는 신종 광고 기법이다. 성공만 하면 적은 비용으로 많은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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