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위례신도시 예정지 가봤더니…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03분


겉으로 보기에는 화훼용 비닐하우스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가구와 가전제품들을 쌓아둔 창고다. 19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외곽 위례신도시 예정지에는 건축물이나 나무 같은 지장물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세워놓은 가짜 비닐하우스들이 즐비했다. 이성호 기자
겉으로 보기에는 화훼용 비닐하우스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가구와 가전제품들을 쌓아둔 창고다. 19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외곽 위례신도시 예정지에는 건축물이나 나무 같은 지장물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세워놓은 가짜 비닐하우스들이 즐비했다. 이성호 기자
보상금 노린 빈 벌통-쪽방 극성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장지동 외곽 위례신도시 예정지. 버스차고지가 몰려 있는 이곳에는 비닐하우스 수십 동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사과상자 크기의 통 20여 개가 눈에 띄었다. 양봉용 벌통이지만 벌은 거의 없었다. 투기꾼들이 보상을 받기 위해 설치한 빈 벌통이기 때문.

내년 말 첫 분양이 이뤄지는 위례신도시의 건축물과 나무 등 지장물 보상절차가 시작되면서 이 같은 불법 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보상을 받기 위해 양봉이나 화훼용으로 위장한 비닐하우스가 장지동 버스차고지 근처에만 수십 동에 이른다.

둘이 누우면 꽉 찰 크기의 ‘쪽방’도 등장했다. 조립식 가건물에 칸막이를 설치해 많게는 10개가 넘는 쪽방을 만든 뒤 이를 다른 사람에게 분양해 오래전부터 거주한 것으로 위장한다. 빈 방인데도 보상 기준일 이전부터 거주하는 것으로 보이려고 밥통, 책상, 옷가지 등을 갖다놓는 것은 기본. 또 염소, 닭, 오리 등 가축사육장이나 화훼용 비닐하우스를 급조한 사례도 많다. 최근에는 아파트 특별분양권을 판매한다는 기획부동산까지 대거 등장해 일반인의 피해가 우려된다.

위례신도시는 서울과 경기 성남, 하남시의 땅 678만8000m²(약 205만 평)에 조성된다. 아파트 등 약 4만6000채가 들어서며 2013년 말 처음 입주한다. 현재 토지에 대한 보상은 거의 마무리된 상태. 지장물에 대한 보상은 올 11월부터 시작된다.

한국토지공사 위례사업본부는 위례신도시에 주택 275채, 비닐하우스 1677개 동 등 2500여 개의 지장물 중 일부는 투기를 목적으로 공람공고 이후 설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홍석기 토공 위례사업본부장은 “서울지역 대형 신도시 사업이어서 투기꾼이 몰려든 것 같다”며 “위성사진 등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불법 투기행위를 철저히 가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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