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독서로 논술잡기]‘다르게 사는 사람들’

  • 입력 2009년 8월 17일 03시 02분


◇‘다르게 사는 사람들’ /윤수종·이학사

트랜스젠더 레즈비언 등 사회의 아웃사이더
대중매체는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알렸을까

오늘날 현실에서 소수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일은 어렵다. 우리 사회 소수자들의 본질에 대해 우린 왜곡된 정보를 갖고 있거나 편견 속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 대상으로 트랜스젠더, 레즈비언(동성애자),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탈북자(새터민) 등이 있다. 소수자를 대하는 대중매체의 상업성과 일반인의 인식 부족은 심각하다. 이 책은 ‘발언대’의 형식으로 이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소수자의 목소리는 절규가 되어 우리에게 인식의 전환을 촉구한다. 이 내용을 논술과 관련시켜 보자.

「(가) 대중매체들은 트랜스젠더를 등장시켜 사람들의 시선들을 붙들려고 노력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그저 한 명의 연예인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그때까지 편협하게 알고 있었던 트랜스젠더의 새로운 전형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예전에는 트랜스젠더라고 하면 남자의 외모에 짙은 화장과 짧은 치마를 떠올리던 사람들이 섹시하고 요염한 연예인을 떠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프로그램은 하나같이 예쁘고 섹시한 트랜스젠더의 모습을 보여주고는 탄성을 질렀다. 그러나 그 탄성은 ‘아, 지금까지 내가 트랜스젠더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구나’ 혹은 ‘인간의 성체계라는 것은 처음부터 그렇게 이분법적 구조로 나눌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깨달음의 탄성이 아니라 어쩜 남자가 저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하는 탄성이었다.(57쪽)

(나) 불법 체류자들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서 비싼 진료비를 내야 하니 어지간해서는 병원을 찾지 않는다. 급성 맹장염에 걸린 몽골인 바트센트 씨는 진통제 몇 알로 견디다가 혼절하여 병원으로 이송되어 수술을 받았지만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결국 바트센트 씨는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다. 스리랑카인 서짓 쿠마라 씨는 작업 중 발등에 부상을 당했는데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결국은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 했다. 네팔인 엠 구릉 씨는 진통제 몇 알에 의지하여 참다가 결국 쓰러졌다. 병원에 이송되었을 때는 복막염으로 번져 꽤 위험한 상태였기 때문에 6개월 동안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162쪽)」

① ‘(가)를 통해 대중매체가 트랜스젠더를 인식하는 태도를 비판하고, 그것의 올바른 이해를 위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시오’란 문제를 만들어 보자.

그동안 대중매체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던, 자신들이 보여주었던 트랜스젠더에 대한 지식은 잘못됐고 편협했다는 반성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물론 텔레비전은 트랜스젠더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텔레비전은 트랜스젠더의 본질을 외면했다. 우리의 성이 남성이냐 여성이냐 하는 문제와 성별을 바꾸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법이 개입할 성질이 아니라고 본다. 법이 개입하고 주민등록번호에 그 사람의 성별을 표시하는 번호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태도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니는 인간성을 간과하는 처사다. 자신의 성(性)을 찾아 삶의 행복을 누리는 것은 인간의 본질이다.

② ‘(나)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둘러싼 문제의 핵심을 밝히고, 자신이 생각하는 해결방안을 제시하시오’란 문제를 만들어 보자.

우리나라는 병원과 약국이 넘쳐나지만 외국인 노동자가 의지할 곳은 많지 않다. ‘불법 체류자’라는 이유 때문이다. 외국인들의 불법 체류는 우리나라에서 치명적인 신분상의 약점이 된다. 그것이 인권 유린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 고용주들이 외국 인력을 쓰는 이유는 한국인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의 고용을 합법화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 고용의 합법화는 우리나라 기업주들이 원하는 사항이다. 우리 중소기업은 인력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법 체류자를 고용한다. 그러나 이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기업주도 불안을 느낀다.

이 책에 글을 쓴 소수자들은 배제된 주변자로서 다수자에게 당한 것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소수자가 처해 있는 환경을 새롭게 자각하고 자율적으로 극복해보자는 의지도 보여준다. 그동안 다수자는 소수자를 ‘이상한 사람’ ‘낙오한 사람’ ‘병든 사람’ ‘추잡한 사람’으로 인식해 왔다. 소수자를 ‘표준화된 인간상을 거부한 대상’으로 봤기 때문이다. 또 소수자의 삶을 나의 삶이 아니라 그들의 삶으로만 바라봤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소수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기존의 틀, 표준에 길들여지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려면 우리 모두 소수자가 되어야 한다. 소수자의 특성을 받아들일 때 더욱 ‘나’다울 수 있다. 이 책이 ‘우리는 모두 소수자다!’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easynonsul.com에 동영상 강의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스스로 논술학습법’ 저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