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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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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동네병원→종합병원 떠돌다
2명 모두 초기에 타미플루 투약 못해
신종 인플루엔자A(H1N1)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A 씨(63·여)와 B 씨(56)는 발열 증상이 나타난 뒤 보건소나 의료기관을 찾았지만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를 받지 못했다. 신종 인플루엔자 의심 기준인 37.8도 이상의 고열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의료진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A 씨는 지난달 24일 처음 기침, 발열, 인후통, 근육통 증상이 발생했으나 치료하지 않고 있다가 29일 병원을 찾았다. A 씨는 2곳의 인근 병원을 더 거쳐 지난달 30일에야 종합병원 응급실로 갔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A 씨의 호흡곤란 증세가 심각한 상태였다. 의료진은 세균성 폐렴으로 판단하고 항생제 치료를 했지만 차도가 없자 4일이 지나서야 타미플루를 투여했다.
B 씨는 이달 1∼5일 직장 동료들과 태국 여행을 다녀온 사흘 뒤인 8일 발열 증상으로 보건소를 방문했으나 체온이 37.7도로 신종 인플루엔자 의심 기준(37.8도)보다 0.1도 낮다는 이유로 그냥 귀가했다. B 씨는 신종 인플루엔자 발생 위험지역인 태국을 여행한 직후였고 기준에 못 미치는 발열 증상도 있었지만 의료진은 신종 인플루엔자를 의심하지 않았던 것이다. B 씨는 9일부터 2곳의 병원을 거쳤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12일 타미플루 투약이 시작됐다.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는 증상이 나타난 지 48시간 내에 투약해야 효과가 있지만 사망자 2명은 6∼12일이 지나서야 투약됐다. 특히 A 씨의 경우 신종 인플루엔자에 걸린 후 폐부종으로 악화됐다면 타미플루 투약 시기를 한참 놓친 것이다.
이처럼 신종 인플루엔자 대응이 ‘느슨해진’ 것은 보건당국이 ‘조기치료’ 중심으로 신종 인플루엔자 대응체계를 전환했지만 아직까지 일선 의료기관까지는 방역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현재 보건소에는 타미플루 7만 명분이 보급돼 있고 종합병원 등 민간 의료기관은 자체적으로 2만∼3만 명분을 비축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따라 보건당국은 국내외 제약사를 대상으로 추가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녹십자는 다음 달 7일부터 백신 임상시험을 시작한다. 계획대로라면 임상시험 완료와 동시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시판 허가를 낼 예정이다. 이 경우 11월 중순 국내 생산 백신이 시판된다. 다국적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 백신 130만 명분 재입찰도 다음 주 실시될 예정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