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대 토지사기단 적발… 명의 이전후 수억원 담보대출

  • 입력 2009년 8월 13일 02시 59분


1000억 원대 땅의 명의를 이전하고 이를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아 가로챈 토지전문사기단 일당이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2일 위조한 인감증명서 등으로 1000억 원대 토지를 공범 명의로 이전한 뒤 수억 원대 담보대출을 받은 혐의(사기 등)로 박모 씨(39)등 6명을 구속하고 김모 씨(44) 등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15일 위조한 매매계약서와 주민등록증 등으로 서울 중구 서소문동의 한 법무사사무실에서 60대 강모 씨가 소유한 부산 서구 암남동 야적장 1만4732m²(시가 300억 원)를 공범 김모 씨(48) 명의로 등기 이전했다. 일부러 허술한 법무사사무실을 찾았기 때문에 등기이전은 어렵지 않았다. 이어 총책인 박 씨는 이틀 뒤 명동의 한 사채업자를 찾아 이 땅을 담보로 7억 원을 대출 받았다.

이들은 대담하게도 실제 땅 주인 행세를 하며 강 씨 소유의 또 다른 땅 4만여 m²(시가 700억 원)를 제3자에게 절반 이상 싸게 팔려고 했다. 또 다른 사채업체에는 이 땅을 담보로 85억 원의 대출을 받으려고 했다. 이 같은 사기행각은 다행히 사채업자가 대출을 해주기 전에 실제 소유주인 강 씨에게 토지 매매 여부를 확인하면서 들통났다. 강 씨는 만나지도 않은 사채업자로부터 받은 연락에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총책인 박 씨가 4월 초 부동산 물색책, 문서위조책, 신분 위장책, 대출알선책 등 전과가 4∼19범에 이르는 ‘토지거래 분야별 전문가’들을 모집함에 따라 함께 모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근저당권이나 가압류가 설정되지 않아 거래가 편한 땅을 범행대상으로 골랐으며 땅 주인에 대해 미리 충분한 정보를 파악해 실제 주인 행세를 하며 대출을 받았다. 인감증명서는 위임장을 지닌 대리인이 가면 전자단말기로 대리인 인적사항만 확인한다는 점을 악용해 쉽게 발부받았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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