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 뒤집어읽기]유추

입력 2009-07-20 02:55수정 2009-09-2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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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상이 여러면에서 비슷하니 다른 속성도 유사할 것”
유추는 왜 필요하면서도 ‘위험’할까?

○ 생각의 시작

인간은 새로운 주장이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다양한 형식으로 사고한다. 그중 하나가 유추(유비추리)이다.

『‘영어만 잘하면 성공한다’는 믿음에 온 나라가 야단법석이다. 한술 더 떠 일본을 따라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주장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영어는 배워서 나쁠 것 없고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반드시 배워야 한다. 하지만 영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말이다. 우리말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영어를 들여오는 일은 우리 개구리들을 돌보지 않은 채 황소개구리를 들여온 우를 또다시 범하는 것이다.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일은 새 시대를 살아가는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우리말을 바로세우는 일에도 소홀해서는 절대 안 된다. 황소개구리의 황소울음 같은 소리에 익숙해져 참개구리의 소리를 잊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고등 국어(상), ‘황소개구리와 우리말’]』

유추는 두 개의 대상이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는 점을 근거로 다른 속성도 유사할 것이라고 추론하는 사고 형식을 의미한다. 서로 비슷한 점을 비교하여 하나의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 추리한다. 이 글은 이런 형식이 아주 잘 드러난다.

○ 문제는 없을까?

그런데 이 방식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즉, 하나가 비슷하다고 해서 다른 것도 비슷할 거라고 추론하기 때문에 논리의 비약이나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 나와 외모가 많이 닮은 친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가정환경도 나와 비슷하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좋아하는 과목도 같다. 그렇다고 해서 내 친구와 나의 성격도 같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유사성이 있다는 점에만 주목하면 자칫 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상뿐만 아니라 학문적인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A와 B라는 두 산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A와 B는 연평균 강수량, 연평균 기온, 위도, 산의 높이 등이 거의 유사하다. 그렇다면 이 두 산의 식물 분포는 어떠할까? 얼핏 식생(植生)과 관련된 조건이 유사하므로 식물 분포도 동일하다고 판단해도 무리가 없을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그중 하나는 섬에 있고, 나머지 하나는 내륙 한가운데 있다면 어떨까? 또는 둘 다 내륙에 있기는 한데 하나는 아시아에 다른 하나는 유럽에 있다면 어떨까?

○ 그런데 왜?

우리는 왜 이런 형식으로 사고하는 것일까? 이렇게 문제가 있는 사고 형식이라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럼에도 유추는 반드시 필요하고 때로는 아주 효과적이다. 우리는 일상의 삶이나 학문 세계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 분명히 확인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판단하거나 말해야 할 때가 있다. 화성에 생명이 살았는지를 추론해야 할 때 우주선이 채취한 것들 속에 수분(또는 수분의 흔적)이나 특정 유기물 성분이 발견된다면 지구의 경우에 비추어 미루어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어려운 내용을 유추의 방식으로 설명하면 훨씬 쉽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사람은 습한 데서 자면 허리 병이 생겨 죽지만 미꾸라지도 그런가? 나무 위에 있으면 사람은 떨고 무서워하지만 원숭이도 그런가? 이 셋 중 어느 쪽이 올바른 거처를 알고 있는 걸까? 또 사람은 소 돼지 따위의 가축을 먹고, 순록은 풀을 먹으며, 지네는 뱀을 먹기 좋아하고, 올빼미는 쥐를 먹기 좋아한다. 이 넷 중 어느 쪽이 진짜 맛을 알고 있다고 하겠는가?[장자, ‘제물론’]』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고집하는 것의 어리석음을 말하고 있는 글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에 비해 이해와 전달이 훨씬 쉬워진다. 따라서 유추는 아주 유용하다. 다만 그렇게 도출하는 결론이나 주장은 불변의 참이라고 말하기보다는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지난 기사와 자세한 설명은 easynonsul.com

정근의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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