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동서남북/‘교통사고 줄이기’에 하나된 광주

  • 입력 2009년 7월 2일 06시 42분


광주의 교통문화를 바꿔 보자며 지난달 30일 출범한 ‘광주 선진교통문화 범시민운동본부’는 지역의 기관단체가 망라됐다는 점에서 ‘저항과 갈등’이라는 광주의 이미지를 뛰어넘는 가뭄 끝에 장맛비처럼 신선한 소식이다.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비롯한 굵직한 국제행사를 앞둔 광주에서 ‘교통사고 줄이기’는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이 같은 절박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기존 시민운동의 틀을 뛰어넘어 시청과 구청, 교육청 검찰 경찰 등 관련기관은 물론이고 지역 언론까지 포괄하는 통합 조직을 갖춘 점은 특기할 만하다.

산파역을 맡은 박영렬 광주지검장은 “이념과 정파는 물론이고 종교, 세대. 계층을 초월해 지역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 자체가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머잖아 이 운동의 성공모델이 타 지역에도 전파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운동본부 대표회장을 맡은 김양균 변호사의 면모도 이 운동의 성공을 예고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광주 및 서울고검장을 거쳐 초대 헌법재판관을 지낸 존경받는 지역 원로로 꼽힌다. 일제강점기에 동아일보 광주지사장을 지낸 부친과 독립운동을 하다 15세에 정식재판을 받고 옥고를 치른 어머니를 모시고 숱한 풍파를 거쳐 온 그는 광주에서 ‘양심과 원칙’을 지켜 온 인물로 통한다. 김 변호사는 대표직을 고사하다 박 지검장 등의 간곡한 요청으로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나라가 위태로울 때마다 똘똘 뭉쳐 온 광주 사람들이 이렇게 한데 모인 만큼 성공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운동본부 관계자들은 “항일운동에 이어 민주화운동에 앞장서 온 광주시민들의 높은 자존심과 단결력이 발휘되면 짧은 시간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이 운동이 ‘교통사고 줄이기’를 넘어 광주에 새로운 통합과 상생의 기운을 떨치는 촉매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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