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수영]‘사교육비 대책’ 이번엔 여당끼리 법안다툼

  • 입력 2009년 6월 13일 02시 59분


밤 10시 이후 학원의 심야교습 금지를 법제화하는 문제를 놓고 떠들썩했던 사교육비 경감 대책 논란이 한나라당 내에서 다시 벌어질 조짐을 보인다. 당내에서 관련 법안 2건이 사전 조율도 없이 입법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은 10일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학원이 교습 시간을 어긴 경우 신고하면 돈을 주는 신고포상금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3일 학원 심야교습 금지를 법제화하지 않는 대신 단속의 실효성을 확보하겠다며 내놓은 사교육비 대책의 후속 입법 조치다. 같은 당 정두언 의원도 별도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정 의원은 다음 주에 학원 야간반과 새벽반 수업(오후 10시∼오전 7시 검토)을 금지하는 학원법 개정안을 낼 계획이다. 정 의원은 지난달 당정회의에서 학원 심야교습 금지 법제화가 무산되자 “의원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가계에 큰 부담이 되는 사교육비 대책을 놓고 여당 내에서 정책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더욱 좋은 정책을 내놓기 위한 선의의 경쟁인지는 의문이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과연 누구를 위한 경쟁인지 개운치 못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의원의 법안에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 아무도 공동발의자로 참여하지 않았다. 당정 간 의견 조율을 통해 발의한 법안인데도 모두 외면한 것이다. 이 의원 측은 “지역구에 학원이 있어 신고포상금제 도입 법안에 선뜻 서명하기 어렵다고 밝힌 의원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미 당정회의를 거쳐 정부가 대책까지 발표한 정책을 정 의원이 뒤늦게 ‘맞불’ 놓는 식으로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정 의원 측은 “교과부 대책이 국민에게 전혀 어필이 안 돼 국회에서 재검토하자는 뜻”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교육정책을 놓고 여권 내 ‘파워 게임’을 벌이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이 의원과 정 의원 모두 이명박 정부의 교육 청사진을 함께 만들었다. 사전 조율이 가능한데도 평행선만 긋고 있는 것이다. 정책 실효성 대결보다 고강도 사교육 대책을 주도한 ‘3인방’에 대한 여당 내 기싸움으로 비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두 여당 의원이 낸 법안 처리과정에서 정책 혼선이 더해져 국민과 학원가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과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누더기가 될 수도 있다. 정부 여당의 정책 혼선 때문에 국민이 짜증내는 일은 이제 그만 벌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수영 정치부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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