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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6월 9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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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연예기획사)은 연예활동에 필요하면 을(연예인)의 연예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모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을은 자신의 위치를 항상 갑에게 통보해야 한다.’
이처럼 연예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거나, 연예인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돼 온 불공정 조항들이 무더기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를 받았다.
공정위는 최근 20개 중소형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 230명의 전속계약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연예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이 다수 발견돼 다음 달 20일까지 자진 시정하거나 공정위 표준약관을 도입하도록 조치했다고 8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조사대상 연예인 가운데 상당수는 연예기획사의 허락 없이 연예활동을 중지하거나 은퇴할 수 없는 부당한 계약을 맺고 있었다. 또 다수의 연예기획사는 연예인이 사전에 동의하지 않아도 이 연예인과 맺은 전속계약을 일방적으로 다른 기획사에 양도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고 있었다.
이 밖에 많은 연예인은 소속 연예기획사의 홍보를 위한 광고물, 연예기획사의 계열사가 주관한 행사 등에 대가없이 의무적으로 출연해야 했다. 연예인이 사소한 규정을 위반했을 때 과도한 위약금을 물도록 한 조항도 적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대상 230개 전속계약서에서 모두 1개 이상의 불공정계약 조항이 적발됐다”며 “우선은 자발적으로 시정하도록 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시정명령 등 추가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