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아들-딸 돌아가며 수십억 받았는데 盧만 몰랐다?

  • 입력 2009년 5월 13일 02시 54분


권여사 100만 달러 받고 두달여뒤 딸이 40만 달러
모두 정상문 비서관 거쳐
문재인 “정연씨 받은 돈은 100만 달러의 일부”
盧측 앞뒤 안맞는 해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 씨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2007년 9월 4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이 12일 새로 밝혀졌다. 2006년 9월 노 전 대통령 부부에게 2억 원 상당의 보석시계세트 선물을, 2007년 6월 말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 100만 달러를, 2008년 2월 22일 조카사위 연철호 씨와 아들 노건호 씨에게 500만 달러를 건넨 것에 이어 추가로 밝혀진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모두 박 전 회장의 돈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여전히 이 돈에 대해 일관되게 “그때는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다.

○ 딸에게 간 돈도 경로 비슷

검찰은 노정연 씨가 받은 돈 역시 600만 달러와 마찬가지로 노 전 대통령이 박 전 회장에게 요구해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요구가 있었고, 구체적으로 돈을 보내는 방법은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과 박 전 회장이 논의하는 비슷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은 새로 드러난 40만 달러 역시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과 박 전 회장에게서 이와 관련된 진술도 확보했다. “정 전 비서관이 박 전 회장에게 계좌번호를 적어주며 ‘권 여사가 미국에 아들 노건호 씨의 집을 사려고 하는데 40만 달러가 필요하다’며 부탁했다”는 것. 그러나 박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요청이 있어 40만 달러를 보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박 전 회장의 홍콩 현지법인 APC의 계좌에 있는 돈의 흐름을 추적하다 40만 달러가 여러 차례 세탁과정을 거친 뒤 미국에 거주하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계좌로 흘러들어간 사실을 포착했다. 검찰은 계좌 주인을 확인한 뒤 미국으로 전화를 걸어 경위를 물었다. 검찰은 지난 주말 이 돈이 노정연 씨에게 건네진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11일 오후 노정연 씨와 남편 곽상언 변호사를 함께 불러 조사했다. 이들 부부는 검찰에서 “미국에서 160만 달러짜리 아파트를 사려고 계약서를 썼으며 이 40만 달러를 계약금으로 지불했다”고 진술했다.

40만 달러가 미국에 있던 노정연 씨에게 흘러간 시점은 2007년 9월. 불과 두 달여 전인 그해 6월 말엔 이미 박 전 회장이 정 전 비서관에게 100만 달러를 보내 청와대 관저로 돈이 건네진 때다. 이 돈이 흘러가기 직전인 그해 8월에는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박 전 회장, 정 전 비서관이 서울 S호텔에서 모인 자리에서 박 전 회장이 “홍콩 계좌에서 50억 원을 찾아가라”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 노 측, 계속 바뀌는 ‘100만 달러’ 해명

검찰이 12일 오후 노정연 씨에게 돈이 흘러갔다는 사실을 공개하자 노 전 대통령 측의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박 전 회장으로부터 100만 달러를 받을 때 일부는 현금으로 받기로 했고, 나머지는 노정연 씨 쪽에 송금하기로 약속돼 있었다”며 “결론적으로 100만 달러가 자녀들의 유학비나 생활비로 쓰였다”고 말했다. 노정연 씨가 받은 돈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거론된 100만 달러에 포함된 돈이라는 얘기다. 권 여사는 노건호 씨가 미국에 정착할 경우에 대비해 박 전 회장에게 40만 달러를 송금해줄 것을 요청했고, 그 돈이 노정연 씨에게 보내져 미국의 한 아파트를 계약했다는 것이다.

권 여사는 지난달 11일 부산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때 100만 달러의 용처에 대해 “돈은 모두 내가 달라고 해서 빚 갚는 데 썼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이 노건호 씨에게 40만 달러가 송금된 기록을 찾아내자 노 전 대통령 측은 9일 검찰에 제출한 자료에서 “100만 달러 중 40여만 달러를 미국에 있던 아들 딸에게 송금했고 10만∼20만 달러는 자녀들이 귀국했을 때 줬다. 나머지는 빚 갚는 데 썼다”고 말을 바꿨다. 이날 검찰이 노정연 씨가 돈을 받은 사실을 밝히자 “100만 달러 모두 자녀 유학비로 쓰였다”고 말을 또 바꾸었다. 그러나 검찰은 100만 달러는 2007년 6월 태광실업 직원 130명의 명의로 환전돼 마련됐으며, 모두 청와대 관저로 배달된 사실을 확인한 상태다. 검찰은 국내에서 환전된 돈과 APC 계좌에서 직접 미국으로 흘러간 돈은 이동 경로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40만 달러가 100만 달러의 일부일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관련동영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