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대사관 수용 탈북자 2명 작년12월 USB 훔쳐 도주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北에 넘긴다” 거액 요구하다 잡혀

주중 한국대사관에 수용됐던 탈북자 2명이 지난해 12월 영사부 사무실에 침입해 휴대용 저장장치인 USB를 훔쳐 달아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5일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지난해 12월 탈북자 최모 씨 등 2명이 영사부 직원 컴퓨터에 꽂혀 있던 USB를 훔쳐 천장을 뚫고 건물 밖으로 도주했다고 말했다.

이 USB에는 탈북자 관리 장부가 담겨 있었지만 그 밖에 한국인과 관련된 각종 기밀이 담겨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탈북자 2명은 영사부에 전화를 걸어 자신들이 훔친 USB를 북한에 넘기겠다고 협박하며 거액의 돈을 요구했으며 대사관 측은 다행히 이들을 조기에 붙잡아 USB를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사관 측은 이들이 탈북자 신분이어서 중국 경찰에 넘기지 않고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소식통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은 맞지만 이 USB에 외교 기밀이 담겨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기밀이 북한으로 건너가지는 않았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중 대사관은 당시 총영사를 시안(西安) 총영사관으로 전보 조치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사건을 보고받은 직후 외교통상부 본부에서 실사단을 파견해 현장조사를 벌이고 후속조치를 취했다”면서 “비슷한 사건의 재발방지를 막기 위해 탈북자를 수용하는 모든 공관의 시설을 보완토록 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탈북자들을 적극 받아들이되 이들을 철저히 관리토록 각 공관에 특별지침도 내렸다”고 밝혔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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