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증거에도 부인… 대통령답지 않아”

  • 입력 2009년 5월 4일 02시 55분


盧, 박연차와 ‘1분 대질’땐 “나도 들어갈것 같다” 언급

“전혀 전직 대통령답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특별조사실에서 10시간 남짓 조사를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켜본 검찰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재임 중 600만 달러를 건넸다는 진술과 일치하는 증거자료 여러 개를 준비한 뒤 노 전 대통령을 추궁했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3일 “노 전 대통령을 조사할 때 수사팀이 갖고 있는 (각종 증거자료의) 80∼90%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팀이 노 전 대통령이 600만 달러 전달 경위와 과정에 대해 당연히 알고 있을 만한 증거를 제시했는데도 노 전 대통령은 “집에 가서 확인해 보겠다” “이 자리에서 처음 듣는 얘기다”며 부인으로 일관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답지 않게 답변하는 모습을 보여 매우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검찰 조사가 끝난 뒤 노 전 대통령 측의 해명에는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조사 다음 날인 1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박 회장의 진술을 뒷받침할 물증이 없다면 결국 믿을 수 없는 진술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600만 달러를 받았다는 박 회장의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매우 탄탄한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조사 받던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면서 검찰 밖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문 전 실장의 주장은 ‘정치적인 제스처’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박 회장과 1분 정도 만났을 때 “박 회장, 나도 곧 (구치소에) 들어갈 것 같다. 들어가면 보자”는 식으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아이고,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은 “박 회장을 위로하는 차원의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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