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명에게 무료점심… “날마다 기적”

  • 입력 2009년 5월 1일 02시 56분


지난달 2일 광주 ‘사랑의 식당’에서 봉사중인 박영렬 검사장을 비롯한 광주지검 직원들. 박영철 기자
지난달 2일 광주 ‘사랑의 식당’에서 봉사중인 박영렬 검사장을 비롯한 광주지검 직원들. 박영철 기자
‘사랑의 식당’ 기부금 등 운용

돈-인력 부족해도 매일 제공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조각으로 5000명을 먹였다’는 성경의 기적이 여기서는 날마다 일어나는 셈이죠.”

광주 남구 서동 사회복지법인 광주직업소년원(원장 허상회)이 운영하는 ‘사랑의 식당’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 정환열 씨(68)는 이 무료식당의 운영 실태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보통 셈법으로는 도무지 감당이 되지 않을 돈과 인력으로 매일 600명에게 무료점심을 제공한다는 것은 정말 기적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 법인 김정숙 총무(49)가 밝힌 식당의 운영비는 매월 3000만 원 선. 이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는 보조금은 1400여만 원(295명분)에 불과하다. 1인당 2000원인 보조금은 식자재 구입, 조리 비용에도 못 미치니 조리사 김영옥(49) 씨 등 4명에게 주는 월 100만 원 선의 인건비는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무료식당 운영이 가능할까.

비결은 이렇다. 우선 법인기금 6억 원의 이자가 매월 300만 원 정도 들어온다. 여기에 ‘천주의 성요한 수도원’과 진양산업 윤재국 대표(50)가 각각 100만 원의 기부금을 보탠다. 늘푸른유통 이오성 대표(51)는 이 식당의 ‘명품 오리탕’ 재료로 매월 오리고기 160kg을 내놓는다. 양동시장 ‘훈이 엄마’(57)는 틈틈이 자신이 시장에서 파는 야채를 갖다 준다. 보행양조㈜, 현대자동차, 광주지검 등도 일정액의 기부금품을, 그 밖의 많은 ‘보통 사람들’이 틈틈이 2만∼3만 원의 쌈짓돈을 내놓는다. 이렇게 해서 매월 1500만∼1700만 원의 외부 후원금을 마련한다.

허상회 광주직업소년원장은 “어떤 날은 700명 넘게 몰려오기도 하지만 무슨 조화가 이뤄지는지 모두 부족하지 않게 밥을 먹고 간다”며 “많은 이들이 정성을 모아 더 많은 사람이 밥을 먹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랑의 식당’ 062-652-5158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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