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보상금 줄이려 조폭시켜 방화

  • 입력 2009년 4월 29일 02시 59분


보상금을 적게 지급하려고 재개발 지역에 잇따라 불을 지른 철거업체 대표와 조직폭력배 등 5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달아난 공범 이모 씨(57)는 1월 경기 광주시에서 발생한 ‘김영삼 전 대통령 사위 집 습격사건’의 주범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8일 철거업체로부터 거액의 사례비를 받고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가구단지 재개발 지역에 고의로 세 차례 불을 지른 혐의(일반건조물방화 등)로 임모 씨(40) 등 조직폭력배 3명을 구속했다. 또 이들에게 불을 지르도록 시킨 혐의(방화교사)로 S철거업체 대표 방모 씨(58) 등 2명도 함께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방 씨 등은 재개발 사업용지 내 입주민들을 내쫓을 목적으로 2006년 6월 임 씨 등 폭력조직 ‘서방파’의 추종세력 3명에게 1억50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모두 4억5000만 원을 주며 건물에 불을 내달라고 부탁했다.

부탁을 받은 임 씨 등 3명은 2006년 7월 내곡동 모 가구점 등 2개 상점에 불을 질러 3억 원 상당의 건물과 가구를 소실시키는 등 세 차례에 걸쳐 9개 상점에 불을 질러 21억 원가량의 재산피해를 입혔다. 이들은 재개발 지역 내에서도 철거 반대의사가 특히 강하거나 규모가 큰 가구점을 골라 화재를 저질렀다. 또 교통사고로 입원한 상태에서 병원을 몰래 빠져나와 불을 지르는 수법으로 알리바이를 조작해 경찰 수사망을 피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임 씨 일당은 2006년 6월 가구단지 인근 도로에서 입주자 대표 한모 씨(52)가 타고 있던 차량과 고의로 충돌해 상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철거업체 대표 방 씨 등은 재개발 시행사와 55억 원에 계약을 하고 2005년부터 철거를 진행하던 중 건물주와 원주민의 반대에 부닥쳐 작업이 더뎌지자 주민들을 내쫓고 보상금도 줄이기 위해 청부 방화를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2006년부터 최근까지 가구단지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11건의 화재도 이들이 저지른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철거업체가 직접 불을 질렀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달아난 이 씨는 ‘김 전 대통령 비자금이 맏사위 집 지하실에 현금으로 보관돼 있다’는 소문을 듣고 1월 11일 굴착기를 동원해 김 전 대통령의 맏사위인 이모 씨(60)가 사는 경기 광주시 퇴촌면의 전원주택에 침입한 혐의로 현재 수배 중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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