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는 27일 "이달 17일 전후 멕시코, 미국 등지를 여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바이러스 노출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미국과 멕시코를 오가는 여행객 수와 돼지 인플루엔자의 잠복기간을 감안할 때 7000~1만 명의 한국인이 요주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위험 지역을 여행했던 사람 중 감기 증세가 있는 사람은 근처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그동안은 진단 시약이 없었으나 26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인플루엔자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공개함에 따라 유전자 검사, RT-PCR검사를 통해 진단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돼지 인플루엔자는 특정 지역에서만 유행하는 전염병이 아닌 전국 또는 전 세계 규모로 퍼지는 '광역 유행병'.
광역 유행병이란 사람과 동물, 또는 서로 다른 종류의 동물 사이에서 전염이 되고, 인체에 면역력이 없으며, 사람 간 감염도 일어나며 일단 발병하면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증세가 무거운 질병을 뜻한다. WHO 등에서 조치를 취하는 것도 돼지 인플루엔자가 광역 유행병이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WHO는 미국과 멕시코에서의 발병 후 증상이 확연히 다른 점에 대해 이유를 분석하고 있다"며 "국내에 상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한국에 상륙할 경우 미국처럼 큰 피해를 입히지 않고 지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위생 상태나 치료제 구비 상태, 의료 시스템이 미국 수준에 가깝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돼지인플루엔자 치료약인 타미플루와 리렌자도 현재 250만 명분이 비축돼 있고, 예비비를 들여 500만 명분으로 늘려 타미플루 등의 보유량을 전체 인구의 10% 정도로 유지할 것"이라며 "돼지 인플루엔자는 한국에서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이정도 비축량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이나 미국은 전체인구의 약 20~30% 수준의 타미플루 등을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지기자 nuk@donga.com
남윤서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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