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 동료 돈 모아 마약 밀반입 주지훈씨 등 투약

  • 입력 2009년 4월 27일 02시 58분


연예계에 ‘마약契’… 수사 확대
예학영-윤설희씨 ‘직접 조달’ 첫 적발 영장
경찰 “스타급 2,3명 포함해 10여명 더 있다”

《해외에서 구입한 마약류를 속옷에 숨겨 밀반입한 뒤 지인들과 함께 마약을 흡입한 연예인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그동안 톱스타 반열에 있는 인기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사건은 심심치 않게 불거져 나왔지만 연예인이 직접 마약 공급책 역할까지 한 것은 처음이어서 충격적이다. 경찰은 연예인의 마약 투약이 청소년들의 모방 범죄 등 사회적인 영향이 큰 만큼 지속적으로 단속할 방침이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26일 동료 연예인 등에게서 마약 구입 자금을 받아 엑스터시, 케타민 등 마약류를 일본에서 구입해 국내로 직접 밀반입한 뒤 판매하고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모델 예학영 씨(26), 영화배우 윤설희 씨(28·여)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과 함께 마약을 투약한 영화배우 주지훈 씨(27) 등 3명은 불구속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윤 씨는 2007년 8월∼2008년 12월 전모 씨(30·여) 등 투약자들에게서 마약 구입 자금 1억여 원을 건네받아 모두 14회에 걸쳐 일본에서 엑스터시 280여 정과 케타민 280여 g을 속옷에 몰래 숨겨서 국내에 밀반입했다. 특히 윤 씨는 마약을 반입할 때 여성용 생리대 속에 숨겨 속옷을 한장 더 껴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각제의 일종인 엑스터시는 보통 알약 형태로 유통되고 많은 양을 복용하면 근육경련은 물론 의식불명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동물마취제로 사용되는 케타민은 환각 효과가 엑스터시나 LSD보다 강해 국내에서 2006년부터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규제되고 있는 마약이다.

예 씨는 윤 씨에게 돈을 대주거나, 자신이 직접 마약을 국내로 반입해 수십 차례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윤 씨 등은 서울 강남의 클럽과 자신의 집에서 지인들과 함께 마약을 흡입했다. 이들과 어울린 주 씨도 2008년 3월경 예 씨의 집에서 두 차례 마약을 투약한 혐의다. 주 씨는 경찰 조사에서 “만취상태에서 마약을 투약했다”고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행각은 경찰이 마약을 흡입하기 쉬운 클럽, 호스트바 등 유흥업소 종업원들을 조사하면서 들통났다. 경찰은 강남에 위치한 M클럽, C클럽 등 4곳을 조사했고 연예인의 마약 흡입에 대한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나섰던 것.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면서 거주지에서 해시시, 히로뽕 흡입기구, 엑스터시, 케타민 등을 압수했고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기 연예인 2, 3명을 포함해 윤 씨가 마약을 제공한 사람이 10여 명 더 있는 것으로 파악돼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 탤런트 장자연 씨의 성상납 의혹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연예계가 또다시 ‘마약 사건’으로 파문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소문으로만 나돌던 연예계의 마약 투약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수사 실체를 확인해 다음 달 말까지 사건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계획”이라며 “이미 속칭 ‘뜨는’ 가수, 유명 오락프로 진행자 등 인기 연예인들도 경찰의 수사선상에 올라가 있다”고 말했다.

모델 출신으로 2006년 드라마 ‘궁’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주 씨는 드라마 ‘마왕’과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키친’ 등에서 잇따라 주연을 맡았다. 윤 씨는 영화 ‘타짜’ 등 영화 2편에서 조연급으로 출연했다. 예 씨는 주 씨와 같은 모델 출신으로 절친하게 지냈으며 영화와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에서 활동했다. 윤 씨는 26일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잘못했다”고 짧게 대답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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