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처방받은 약은 어떡하나…”

  • 입력 2009년 4월 10일 02시 55분


‘석면 탤크’ 우려 의약품 1122개 판매금지 - 회수명령

새약품 제조 3주걸려… 항암제 포함 혼란가중

“석면 두려워 약 끊으면 더 위험할 수도 있어”

고혈압 - 당뇨 만성질환자들엔 계속 복용 권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석면 오염 우려가 있는 120개 제약사 1122개 의약품에 대해 판매금지와 회수 명령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이 중 대체의약품이 없어 다른 의약품으로 바꿀 수 없는 11개 품목은 한 달 동안 판매를 허용키로 했다. 나머지 1111개 품목은 즉시 판매가 금지된다. 판매금지 의약품에는 인사돌정(동국제약), 액티스정(드림파마), 토비코민-큐정(안국약품), 아진탈(일양약품), 아스콘틴서방정(한국파마)처럼 인지도가 높은 약품도 포함돼 있다. 판매금지와 회수 명령이 내려진 의약품 명단은 식약청 홈페이지(www.kfd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대체약 없는 11개 한달간 판매허용

식약청은 석면 탤크 의약품의 안전문제에 대해 명확한 방침이 없고 구체적인 향후 대책도 마련돼 있지 않아 당분간 환자와 제약사들이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걱정 되는 사람은 이번 판매금지 목록에 포함된 약을 복용해 온 환자다. 특히 수개월 치 약을 한꺼번에 처방받아 복용해 온 고혈압, 당뇨병 만성질환자는 계속 약을 복용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복용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유무영 의약품안전정책과 과장은 “석면의 유해성보다는 약물 복용 중단에 따른 위험이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알약에 대해서 인체에 유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유일재 박사(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 안전성평가본부 책임자)는 “석면은 염산에 15분 정도 있으면 녹아 없어진다”며 “인체의 위액은 강력한 위산이므로 미세한 석면은 섭취하더라도 충분히 녹아 없어져 인체에 거의 무해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무리 유해 가능성이 적어도 석면 노출 위험이 있는 것은 분명한 만큼 판매금지를 하는 편이 낫다고 지적했다. 임형균 한림대 성신병원 산업의학과 교수는 “알약에 함유된 탤크 성분이 미량이어서 발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더는 유통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 제약사 “무해하다면서 왜 판금” 반발

제약사들은 정부가 모든 부담을 제약사에 돌리고 있다고 반발한다. 제약사들은 해당 의약품을 회수해 폐기한 후 석면이 포함되지 않은 탤크 원료를 이용해 동일 제품을 만들어야 판매금지가 해제된다. 식약청은 새로운 원료로 동일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3주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해롭지 않다면서 무조건 폐기하라고 하니 답답하다”면서 “회수 비용도 결국 제약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제약회사 관계자는 “현재 세 가지 품목의 4억 원 정도가 회수 대상”이라며 “이 중 항암제도 포함돼 있어 암 환자들이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수 명령이 내려진 만큼 해당 제약사, 약국, 병원은 소비자로부터 반품 요구가 있을 경우 받아줘야 한다. 그러나 반품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가 없어 일선 병의원과 약국에서 갈등이 빚어질 소지가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석면 탤크 의약품의 대체약 목록을 작성해 의료기관과 약국에 배포하고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경우 일선 의료기관과 약국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에 식약청이 서둘러 판매금지 목록을 발표하다 보니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판매금지된 인사돌을 생산하는 동국제약은 식약청 발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시중에 석면 탤크가 함유된 인사돌 제품은 전혀 유통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일본산 탤크를 사용하다 2월 말부터 덕산약품공업의 중국산 탤크를 납품받았다”며 “석면 함유 제품은 유통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수됐다”고 말했다.

오스트론정 35mg 등 3개 제품이 판매금지된 동아제약 측은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은 우리가 생산한 것이 아니라 외주 생산한 것으로 외주업체가 탤크 공급업체를 결정했다”며 “어쨌든 3개 제품을 빨리 회수해 폐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동아닷컴 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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