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댁의 자녀는 지금 결석” 부모에게 일일이 문자

  • 입력 2009년 3월 31일 02시 53분


《방과후학교가 진화하고 있다. 학원의 장점을 배우고 학교의 장점은 살린 방과후학교가 속속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방과후학교에는 요즘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학원이 놀라는 ‘감동 서비스’… 방과후 학교는 요즘

온라인 예습→수업때 맞춤지도…매학기 홍보지… 연8회 성적표 발송…

“선생님의 모든걸 다 줄게”… 한번 맡은 이상 성적향상 끝까지 책임

○학원의 장점을 도입하다

사설학원의 최대 장점은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바를 콕 집어내 발 빠르게 대처하는 ‘수요자 중심 서비스’. 레벨테스트를 통한 수준별 반 편성으로 맞춤식 수업을 하고, 철저한 성적관리와 출결관리로 학부모를 안심시키며, 학생의 스케줄에 맞춰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수업 스케줄을 짜준다.

학원의 이런 장점을 최근 학교의 방과후학교가 발전적으로 도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방과후학교 수업을 위해 온라인 ‘학습관리시스템(LMS)’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방과후수업에 들어오기 전 온라인을 통해 문제를 풀고, 채점을 통해 학생의 취약한 부분을 파악한 교사가 방과후학교 수업에서 학생별 맞춤지도를 해주는 것. 지난해 시범 도입된 이 프로그램은 올해 4월부터 서울시교육청 산하 109개교에 보급된다.

‘사교육 1번지’로 불려온 서울 강남도 방과후학교를 부쩍 강화하는 추세. 강남지역(강남구 서초구) 초·중학교 학생들의 방과후학교 참여율은 2006학년도 21%, 2007학년도 41.3%, 2008학년도 56.1%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서울지역 초·중학생들의 지난해 방과후학교 평균 참여율인 35%를 훨씬 웃돈다.

강남교육청 방과후학교의 선전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2007년부터 방과후학교를 위한 ‘거점학교’를 만들었다. 교육청에서 강남·서초구 내 11개 학교를 선정해 거점학교로 만들고 인근 중학교 학생들이 거점학교에서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한 것. 각 학교의 실력 있는 교사나 우수한 외부강사를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반 편성도 학생 수준에 따라 3, 4개로 세분화하고 한 반 정원을 15명으로 제한했다.

사전·사후 설문조사를 진행해 학생과 학부모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교과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효과를 봤다. 한국사능력시험 대비반을 운영하는 언북중, 영어로만 수업하는 무학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개포중, 토플스피킹반·CNN 뉴스청취반 등을 운영하는 언주중 등 거점학교마다 특화된 프로그램이 있다.

거점학교의 방과후학교는 연중 내내 열린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학기제로 운영되고, 학교가 쉬는 ‘놀토’에도 진행된다. 개포중의 경우 토요일에만 별도 프로그램 16개를 운영할 정도다. 방학이면 예비 중1, 예비 고1을 대상으로 중·고교 수업 맛보기반을 열거나 방과후학교 영어캠프를 열어 학생들을 모은다.

성적관리와 출결관리도 철저하다. 매 학기마다 과목별로 방과후학교 성적표를 집으로 발송하고, 자녀의 출석상황을 부모에게 문자나 전화로 알린다. 언북중의 경우 매시간 문자로 출결상황을 학부모에게 알린다(그래픽 참조). 1회 결석 시 학생 면담, 2회 결석 시 학부모 면담을 한다.

방과후학교를 홍보하는 방법도 적극적이다. 반포중은 매 학기마다 자체 제작한 방과후학교 홍보전단지를 배포한다. 학년별로 홍보 전단지에는 ‘반포 방과후학교로 와봐! 선생님의 모든 것을 다 줄게!’ 같은 톡톡 튀는 문구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상세히 담은 표, 그리고 지난해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평가 등이 실려 있어 학원 전단지 뺨친다(그래픽 참조).

○학교만의 장점을 살리다

강남교육청 지정 거점학교인 반포중과 언북중은 학원이 가질 수 없는 학교만의 장점에 주목했다. 바로 학생들의 내신점수를 매긴다는 것. 학생들의 내신 성적을 매겨온 교사들은 그만큼 해당학생이 가진 학습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진단하고 처방을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두 학교는 서술형으로 이뤄진 방과후학교 성적표를 만든다. 반포중은 과목별로 학기당 두 번 학생의 평가점수와 교사의 서술형 평가가 기재된 성적표를 집으로 보낸다. 언북중은 한 학기에 세 번 평가를 하고 개인별 점수와 반 평균 점수를 휴대전화 문자로 학부모에게 통보한다. 올해부터는 성적표를 만들어 학생의 수업 태도나 취약단원 등을 상세히 알릴 계획.

자기주도학습 방법을 가르쳐주는 방과후학교도 운영한다. 반포중은 1학년 전 학생들에게 자기주도학습 역량을 키워주기 위한 ‘자기주도학습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올해 신설했다. 매주 화, 금요일 7교시에 정규수업처럼 의무적으로 듣도록 한 것. 매주 2시간씩 연간 80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학원 도움 없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학습 코칭과 더불어 진로교육을 한다. 수강료는 일년에 20만원으로 저렴한 편. 언북중도 신청자를 받아 올해 5∼6월 ‘학습혁명, 인생혁명, 즐거운 공부’라는 이름의 자기주도학습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다. 총 네 번의 ‘놀토’에 교사들이 직접 시간관리법, 공부법 등을 알려주고 진로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도 있다. 반포중은 올해 4∼5월 1학년 전체 학부모를 대상으로 매주 2시간씩 ‘자기주도학습 학부모 특강’을 진행한다. 맞벌이 학부모를 고려해 주중반과 주말반을 모두 만들었고, 1학년 학생 300명 중 250명의 학부모가 수강을 신청할 만큼 호응을 얻었다. 언북중도 6월에 자기주도학습 학부모 특강을 연다. 매주 화요일 외부 교육 컨설턴트를 초빙해 ‘내 아이의 멘토 되기’, ‘내 아이 자기주도 학습자 만들기’ 등을 주제로 학부모 변화 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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