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가족 2심서 법정구속

  • 입력 2009년 3월 20일 03시 00분


“지적장애 조카 성폭행은 反인륜” 1심 집유형 뒤집혀

지적장애 10대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일가족이 항소심에서 법정 구속됐다.

대전고법 청주재판부(송우철 부장판사)는 수년 동안 친족인 10대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일가족 4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백부 A 씨(58)와 숙부 B 씨(43)에 대해 징역 3년을, 또 다른 숙부 C 씨(40)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각각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그러나 피해자의 친할아버지인 D 씨(88)에 대해서는 건강 등을 이유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피해자와 백부 숙부 관계이면서도 나이 어린 피해자를 성욕 해소의 수단으로 삼아 성폭행과 성추행한 것은 윤리에 반하며 사회적 통념에도 반한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이어 “피해자가 성추행에 오랜 기간 동안 노출되면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가족에 대한 소속감을 갖기보다는 이들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며 “원심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인정돼 죄에 상응하는 추가적 선고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할아버지 D 씨에 대해서는 “수십 년간의 노동으로 허리가 휘는 등 신체적으로 자유롭지 못해 수형생활이 불편한 점 등을 참작해서 집행유예형을 선고한 원심의 판단이 적정하다고 보인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이 소녀는 2001년 8월경부터 지난해 5월까지 자신의 집에서 할아버지로부터 강제로 성추행을 당하는 등 수십 차례에 걸쳐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했으며 백부와 숙부로부터도 피해를 당해왔다.

이 같은 사실은 이 소녀의 남동생이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밝혀졌고, 시민단체들은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1심을 맡았던 청주지법 형사 11부(부장판사 오준근)는 “피고인들이 어려운 경제적 형편에도 부모를 대신해 피해자를 키워왔고 피해자의 정신장애 정도에 비춰 앞으로도 가족인 피고인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재판을 지켜본 여성장애인 단체들은 “당연한 결과”라고 환영을 표시했다.

충북여성장애인연대 권은숙 소장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법원이 친족과 아동 성폭력 사건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달라”고 밝혔다.

현재 이 소녀는 장애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들이 지원하는 폭력피해아동지원 공동생활가정인 ‘그룹홈’에서 생활하고 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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