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1순위 ‘코리안 드림’

  • 입력 2009년 3월 18일 03시 00분


#1 방글라데시인 L 씨(31)는 지난해 9월 고용허가제 노동자로 입국했다. 그는 2월 인천 서구의 A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던 중 페인트 통을 나르다 손가락이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다. 3주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L 씨에게 회사 측은 이 기간 동안 쉴 것을 통보했다. L 씨는 통원치료를 하며 일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최근 회사동료에게서 일방적인 해고 소식을 들었다.

#2 파키스탄 출신 A 씨(42)는 2년여 전 한국에 와 직장을 세 번이나 옮겨 다녔다. 최근 간신히 대구 성서공단에 직장을 다시 얻었다가 불황으로 인해 회사 측으로부터 “일거리가 없으니 나가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고용지원센터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으나 사업장 이동 횟수 제한(3회)으로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없어 결국 미등록 불법체류자로 전락했다.》

불황 겹쳐 외국인 노동자 실직 2년새 3배로

“2개월내 취직 못할땐 강제출국… 빚도 못갚아”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해고를 당하거나 해고 위기에 처하는 등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일자리를 잃는 외국인 근로자는 지방노동청 산하 고용지원센터 등을 찾아가 구직등록을 한 뒤 2개월 이내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미등록 체류자로 강제출국 대상이 된다. 노동부에 따르면 재취업이 안 돼 출국한 외국인 노동자는 지난해 10월 171명, 11월 213명, 12월 299명으로 증가 추세다.

외국인 근로자를 지원하는 사회단체인 대구이주연대회의는 “경제위기로 조업률이 낮아지고 휴폐업 증가로 한국인 근로자도 2개월 동안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운 마당에 외국인이 2개월 만에 취업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출신인 J 씨(33)는 한국에 온 지 3개월 만에 다니던 회사의 부도로 실직한 뒤 2개월 동안 일자리를 찾지 못해 출국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귀국할 여비마저 바닥이 난 상태다.

그는 “나처럼 불법체류자가 된 동료들 중 상당수가 단속을 피해 숨어 지낸다”며 “한국으로 올 때 500만 원의 빚을 졌는데 이 빚을 갚을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부산지방노동청에 따르면 2월 말 현재 부산, 울산, 경남에서 실직한 이주노동자는 424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625명보다 크게 늘었다.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을 끼고 있는 수도권 최대 외국인 근로자 밀집지역인 안산 지역도 갈수록 외국인 근로자들이 퇴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나 재취업자는 줄고 있다.

안산고용지원센터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 채용신고건수가 2007년 6532건에서 지난해 3895건으로 1년 사이 40%가량 급감했다. 반면 경영악화로 퇴직한 외국인 근로자는 215명에서 486명으로 126%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1, 2월 두 달 동안에만 퇴사한 외국인이 349명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근로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들은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가 안정적으로 체류하며 취업활동을 하도록 고용허가제를 폐지하는 등 차별 없는 고용유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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